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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부스터 Dec 15. 2022

선행학습이 두려움을 없앤다

결혼은 마치 유치원에 다니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에 비유하면 딱 맞다.유치원까지는 주위의 온갖 보살핌을 받고,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도 많으며 완전한 독립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혼자서 해내야 할 일들이 생긴다. 아이는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독립심을 키워나간다. 초반에는 주위에서도 선생님들도 많이 도와주지만 유치원 때와는 다른 많은 변화가 있다. 아이는 그 모든 것을 차례차례 습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어린이로 성장해 나가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모든 것이 여전히 많이 서툴다. 2학년이 되면 이제 조금씩 학교의 시스템이란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학교라는 곳에 적응을 해나간다. 3학년이 되면 이제 의젓한 초등학생 티가 난다. 어느순간 과연 초등학교란 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던 아이들은 휴지에 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초등학교란 공간에 완전히 적응을 한다.  


그동안 삶의 어느 위치에서건 상위권으 유지했다 하더라도, 당신이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결혼 생활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결혼식을 올린 후 신혼 1-2년 동안은 마치 유치원에 다니던 사람이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서 처음으로 독립을  시도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치원을 방금 졸업했고 유치원에서 꽤나 훌륭한 유치원생(훌륭한 유치원생의 기준이 딱히 없지만) 이었다고 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잘 할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지 않는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초등 1,2학년정도의 적응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결혼이란 것에서는 식을 올리자마자 마법봉을 한번 뚝딱 휘두르면 뭐든지 짠하고 만들어내듯이 한번에 모든걸 완벽히 적응하고 잘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기대한다. 이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1-2학년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제쳐두고, 결혼이라는 제도와 독립적인 가정이라는 공간에 적응하는 것에만 집중을 해야 한다.


결혼을 해서 1-2년은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가 처음으로 꾸린 가정이라는 공간에 집중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온전히 부부가 있어야 한다.  결혼 적응기, 즉 새로운 가족이라는 그룹을 만들고 단단한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시기가 결혼 1,2년 차인 것이다. 인생의 모든 시기마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듯이, 결혼에서도 시기 시기마다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것을 미리 알지 못하고, 결혼이란 것을 해버리면 문제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부터 바로 시작된다. 결혼 1,2년 차는 온전히 남편과 아내라는 포지션에 적응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이 두 가지도 아직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온 신경이 시댁과 친정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린다. 시작이 이러하면 당연히 결혼이란 것은 어려운 것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초등학교 입학하자마자 학교라는 곳에도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수학, 과학, 영어를 한꺼번에 잘하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나 힘들겠는지 예상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결혼 1,2년 차는 조금은 하게 양가 부모님에게 독립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결혼을 했으면 독립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양가 부모님들은 여전히 자식들을 품에서 완전히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신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눈으로 보긴했으나, 피부로 와닿지 않으면 사람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식을 올리면 본격적으로 내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을 꾸린 독립체라는 것을 인정하고 깨달으실 수 있게 도와드려야 한다.


결혼 1,2년은 우리의 보금자리를 단단하게 만들어보겠으니 지켜봐 주시라고 말이다. 조금은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만, 예쁘게 표현을 한다고 애매모호하게 말하지 말고 명확히 이해하실 수 있게 말씀드려야 한다. 말로 하는 것이 힘들다면 양가에 편지를 쓰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결심했다면 행동으로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바로 모든 것이 쉬워질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자. 언제나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니까. 우리의 결심과는 별도로 양가에서 반발은 있었다. 그 당시에 내가 느끼기엔 상당했다. 의 시댁은 차치하고서라도 친정에서만도 원성이 자자했다. 결혼하니 부모와 가족은 거들떠도 안 본다는 둥. 결혼하니 남의 가족 다 되었다는 둥. 서운함을 넘어선 표현들이 종종 들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부부가 뚝심 있게 서로를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부모님들도 우리가 이제 품 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연습하실 시간을 드려야 한다고 단단히 마음먹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완전히 독립하기 위해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모든 것은 머리로 아는 것과 피부에 와닿는 것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느리라면 누구나 처음엔 시댁 식구, 특히 시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랬지만, 난 처음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1, 2학년을 지나서 학교라는 공간에 적응하듯이 3년 차 결혼에 적응하면서부터는 서서히 다가갈 준비를 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금방 끓은 냄비처럼 빠르게 다가가고 빠르게 식는 것보다는 서서히 준비를 하고 오래도록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판단은 어느정도 옳았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미래에 생길 가족을 위한 불투명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밖에서는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분명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경계가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완전한 독립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경계를 만든다는 것은 부부를 둘러싸고 왈가왈부하는 간섭과 침범을 막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을 온전히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결혼 1,2년을 부부의 포지션과 결혼이라는 제도에 익숙해진다면, 즉 결혼 선행학습을 해둔다면 결혼은 이제 결코 미친 짓이 아니라 해볼 만한 것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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