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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부스터 Dec 16. 2022

내가 좋아하는 것 VS 내가 견딜 수 없는 것

행복을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보자.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행복한 결혼은 결혼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유지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당신은 스스로가 언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지 잘 알고 있는가? 먹을 때, 잘 때 이런 추상적인 대답 말고 디테일하게 상황과 느낌을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는 따뜻한 집에서 남편아들과 마주보고 앉아 라떼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앞에 두고 먹으며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어떤가? 상황이 바로 그려지지 않는가?


결혼에서도 행복을 느끼려면 당신이 언제 행복한지 정확히 알고 그림처럼 그릴 수 있어야 행복한 결혼을 누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당신이 어떨때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는지 어떤 상황은 견딜 수 없고 힘든지를 알아야 당신과 결혼해서 행복할 상대를 고르고 거르는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언제나 명확한 기준을 가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기준이 없으면 작은 바람과 파도에도 흔들리고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배우자를 고를 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키 ? 성격? 연봉? 집안? 어떤 것이 당신이 생각하는 배우자상에 가장 적합한 기준인가?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결혼할 배우자를 고르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이다.


서른 초반츠음 까페에서 혼자 책을 보며 어떤 결혼을 하면 행복할까를 고민해보다가 문득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것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명상도 자주 하고, 자기 성찰에 시간을 꽤 투자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소 충격이었다. 나에 대해서 이토록 모르는데 어떻게 행복한 결혼을 정의하고,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날 나는 바로 책을 덮어버리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힘들어하고 견딜 수 없는지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쉽게 적을거라 생각했는데 볼펜만 들고 멍하니 십여분이 흘러가 버렸다.  헛웃음이 났다. 나도 나를 이렇게 모르는데 결혼할 배우자를 어떤 기준으로 찾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날부터 자투리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나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 대체 언제 오냐며 멍하니 있지않고 나란 사람은 어떤걸 행복해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내가 어떤걸 견딜 수 없는지 물어봤다.


처음엔 한번도 하지 않았던 나의 행동과 물음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내 마음도 횡설수설하고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어떤 것을 갑자기 하려면 어찌나 어색하고 당혹스러울지.


그러나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니까, 내 마음이 조금씩 부끄러워하면서도 진심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의 리스트를 조금씩 적어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때론 같은 내용을 두번, 세번 말하는거 보면 나에게 꼭 알리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나란 사람의 본질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는 이미 행복했다. 내 마음에 관심을 가져주었더니 내 마음이 기쁨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내면아이 치유효과까지 누린 셈이다.


당신이 결혼을 하려고 생각을 한다면, 혹은 결혼을 고려하며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상대에 대한 정보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당신 또한 스스로에게 한번도 관심가져주지 않고 물어보지 않았던 것들이기에 처음에는 당신 마음이 진심을 보여주지 않고 횡설수설 할 수 있다. 이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진다면 당신이 그만큼 당신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증거다.


당신 마음은 "갑자기 왜이래?" 혹은 아무말이나 마구 던져서 당신반응을 살펴보는 '아무말 대잔치'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포기 하지 않고, 끈질기게 구애하듯 관심을 가져주고 물어봐준다면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늦어도 세 달 안에는 당신 내면의 목소리가 모두 알려줄 것이다. 당신이란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지 말이다.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답을 찾아내길 바란다. 그걸 알아냈다면 배우자를 찾기 위한 스케치는 대강 한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 3가지, 견딜 수 없는 것이 3가지로 추려졌다고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배우자감을 찾을 때 어떤 것이 먼저 충족되길 원할까? 아마도 대다수가 좋아하는 특성을 꼭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고 먼저 말할 것이다. 나는 이런걸 좋아하고, 저런걸 좋아하니까 이런저런 부분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우리라. 나 또한 그랬었다. 그런데, 결혼선배의 입장에서 조언을 하자면, 당신이 좋아하는 가지를 가진 사람보다 당신이 견딜 수 없는 세 가지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을 먼저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것은 이것이 충족된 이후에 고려할 문제다



사람이란 존재는 자기가 가진 것에는 금방 익숙해져버리는 존재다. 그렇게나 갖고 싶었던 명품백을 사도 기쁨이 채 한 달이 지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결혼 또한 그렇다. 내가 잘생긴 외모, 꼼꼼한 성격, 그리고 전문직을 가진 사람을 원해서 그런 사람과 결혼했는데, 그렇게 원했던 그 조건들은 빠르면 1년 늦어도 3년 안에 당연한 것이 되버린다.


그런데 견딜 수 없고 싫다고 생각한 부분은 어느 순간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확대되어 보인다. 돋보기의 성능은 저절로 업그레이드 된다. 다시 말해서 견딜 수 없는 것은 더욱더 견딜 수 없게 된다. 싫었던 부분은 정말 미치도록 싫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견딜 수 없는 것을 안 가진 사람을 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로 내 지인은 아이를 잘 알 것 같고 능력도 있는 소아과 의사와 결혼하길 원했고, 능력있는 소아과 의사와 결혼을 했는데 만날 때마다 불만투성이다. 남편이 병원에서 아이들한테 시달려서 집에 와서는 정작 육아에 관심제로이고, 병원 일에 바빠서 독박육아가 일상이 되었다고 말이다. 그토록 원했던 부분을 이루었는데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나의 의견이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순 없지만, 내 주위에 결혼 10년차 이상 부부들의 의견이니 신뢰도 평균이상의 의견은 된다.



지금 바로 종이와 펜을 꺼내서 적어보자. 당신은 어떤 것에 기쁨을 느끼는가?그리고 어떤 것을 30분도 견딜 수 없는가?혹은 길을 걷는 중이라면 메모어플에 수시로 적고 업데이트 해도 좋다. 업데이트 할 때마 많이 바뀌거나 아예 삭제하는 부분도 생긴다. 원래 그러하니 안심해도 된다.


아예 안하는 누군가보다 이 작업을 하는 당신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배우자를 찾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믿으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결혼의 첫 단추를 채울 준비를 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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