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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Aug 31. 2022

베르나르 베르베르 판 '동물농장'

문명 1,2(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21)을 읽고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 돼지들의 왕, 아르튀르의 말 중에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농장 내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배신, 이상과 모순 등을 통해 인류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명작이다.


'문명 1,2'를 읽으면서 그 작품 생각이 많이 났다. 인류 문명의 이기적인 면을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의 눈으로 유쾌하게 비판하며 생명 존중과 해방의 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그룹은 단연 고양이다. 인간은 '집사'로 대변되는 조연급으로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타 생명체 그룹과 동일선상에서 취급(?)된다.

그렇다 보니 왜 인류가 종말에 이르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양이나 쥐 등 주연급 종족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상의 종말을 맞이한 세계에서 새로운 문명의 창조자는 누가 될 것인가.


티무르로 대표되는 쥐 종족이 강력하게 등장한 가운데, 고양이 종족은 인간과 연대하여 새로운 문명 창조의 기회를 모색한다.


그 과정에서 문명 창조를 위한 세 가지 가치를 수용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사랑, 유머, 예술'이다.

주인공인 바스테트가 이 세 가지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이번 '문명 1,2'의 핵심이다.


소설은 끝을 맺지 않은 채 후속편의 등장을 예고한다. 쥐떼를 피해 향한 마지막 기회의 땅마저 이미 쥐 종족에게 장악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했을 뿐이니까. 아마도 뒤이을 소설에서는 고양이 문명 건설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통해 인간들에게도 얼마 남지 않은 종말로의 발걸음을 멈추기를 촉구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 종족과 연대하는 돼지와 독수리, 개들의 말들을 통해 이기적 문명으로서 독주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인류의 부끄러운 면을 직시하게 된다.


지구상에서 인간만 유일하게 유의미한 가치가 아닐 터. 파괴와 자학을 멈추지 않는 한 소설이 현실로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공존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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