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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Sep 10. 2022

할 말 다함서 살믄 을마나 좋을꼬

글먼 근갑다(김홍용, 동행, 2022)를 읽고

책이 도착했다. 책 내용을 들춰 보기도 전에 책 사이에 꽂힌 큰 카드 한 장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고맙다는 내용과 사회복지법인 동행의 출판 취지, 그리고 '글먼 근갑다'에 대한 간단한 소개말이 나름 정성스레 담겨 있다.


첫인상부터 참, 곱다.


오랜 세월 복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저자가 전라도 사투리로 전하는 '하고 싶던 말', '혼자 해온 말', 그리고 '함께 하고픈 말'은 비록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단단하고 올곧다.


변질되어가는 복지현장을 비판하고 정치와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저자의 단어들을 보며 '할 말 다 하고 사시는구나'하고 씩 웃게 된다.


물론 가벼운 재미는 아니다. 힘들지만 고집스럽게 지켜온 철학과 가치관이다. 단어는 비록 가벼워도 그 안에 담긴 주장과 비판은 소중하고 옹골차다.


연탄은 복지가 아니다.

때지 않고도

추운 겨울을 날 수 있게 하는 것

때지 않고도

마음이 따뜻하도록 손을 잡는 것이 복지다.

(연탄과 복지 중에서)


복지는 구걸이 아니다.

(구걸하는 모금 중에서)


떨어진 사람이 인정하고 승복하는 상이

정말 권위 있는 상이다.


상의 권위는

떨어진 사람이 인정할 때 높아진다.

(상의 권위 중에서)


저자는 누군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복지라는 껍데기를 쓰고 이뤄지는, 그래서 스스로 그 가치를 깎아먹는 복지 현장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할 말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라는 게 새삼 안타깝지만, 그러니 더욱 할 말 다 하면서 함께 살자는 저자의 권유가 고맙게 느껴진다.


동백원이라는 동행의 터전이 저자의 바람만큼이나 소중하고 꾸준한 공간으로서 가치를 더해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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