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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Sep 20. 2022

세상을 바꾸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의 전쟁(앤드류 양, 흐름출판, 2019)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틀린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중략)
 우리는 누구를 섬기고 있는가? 인간인가 시장인가?
(에필로그 중에서)


앤드류 양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말 그대로 혜성같이 나타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준 기업가 출신의 정치인이다. 최근에는 '중도'를 표방한 제3당 전진당(forward Party)을 만들어 오랜 양당정치의 아성을 쌓아온 미국 정치판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국민들 역시 기존 정치의 역할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현실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상호 비방과 이름만 바꾼(사실상 별로 다르지 않은) 정책의 재탕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 양이 주목받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단순한 이념적 스펙트럼 싸움을 넘어 전도유망한 기업계에서 얻은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정상적인 유지를 위해 노동과 생활의 기본수요를 위한 지출 사이의 새로운 관계 형성, 즉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한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사회가 제 기능을 유지하고 발전을 지속하게 하려면,
 노동과 생활의 기본수요를 위한 지출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략)
첫 번째 주요 변화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지급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자유 배당(Freedom Dividend)'라고 부른다.(중략)
자유 배당은 기존 복지 프로그램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앤드류 양은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재원 마련을 위해 자동화 기술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로 하여금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부가가치세의 증대로 이어지는 개념이다. 자동화로 말미암아 생산수단은 물론 노동력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소비마저 대체해내지 못하면 자본주의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화 기술이 단순 일자리를 넘어 일부 전문직 일자리까지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대책 없는 대규모의 실업 위기는 기존 자본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앤드류 양은 그럼 사회주의자일까. 단언컨대 앤드류 양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노동과 생활의 개념을 재정립하여 '인간 지향적 자본주의'로 변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골수 자본주의자'다.


나는 변호사로 시작해 창업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중략)
나는 열렬한 자본주의자이자,
우리 삶의 방식을 지속하려면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신하는 사람이기도 하다.(중략)
갈수록 자동화가 확산하며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는
현재의 제도적 자본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것을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
줄여서 '인간적 자본주의'라고 부른다.(중략)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조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 이후 전통적 방식의 부양책을 활용해 경제 회복을 모색해왔다. 이로 인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다다를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내세우는 등 악수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앤드류 양이 내세운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범세계적으로 발생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어가는 상황에서 경제적 변화의 양상은 더욱 급격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롤러코스터 속에서도 더욱 견고하게 부를 축적하거나 최소한 버틸 수 있는 것은 기존 양극화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집단이 될 것이다. 당연히 하층부는 버티기조차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칼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대로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사회주의로 나아가게 될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몰락은 세계의 파멸을 희생양으로 삼게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앤드류 양은 그렇게 되기 전에 단순히 상상력으로 치부해온 조치를 현실에서 실현하자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대한민국의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앤드류 양의 지적과 문제의식에는 큰 괘를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이미 자동화의 미래는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현실로 들어왔다. 미국이 쏘아 올린 경기 부양책의 영향 역시 빠르게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환은 빠른 실행력을 요구한다. 고민만 하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 뒤에 조치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지금은 실행할 때다.


앤드류 양의 주장이 계속해서 잔상으로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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