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앙마 Nov 05. 2022

옛날이야기들의 SF적 재탄생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켄 리우 외 10명, 알마, 2021)

모든 이야기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

특히 '설화'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생명력의 결정체다.


하지만 설화의 첫 시작도 지금과 같았을까.

아닐 것이다.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는 살을 더하고 상상력을 덧입으며 새로운 모습 때문이다.


'일곱 번째 밤, 일곱 번째 달'은 한국, 일본, 중국의 여러 설화를 SF작가들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판타지다. 어쩌면 후대의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기존의 설화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야기는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10개의 이야기 중 무려 7개가 제주의 설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만큼 제주의 설화는 독립적이고 차별화되어 있으며 확장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기회가 된다면 제주의 설화들을 따로 모아봐도 좋을 것 같다.


모두 나름의 재미를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켄 리우)', '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홍리우)', '거인소녀(남유하)',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남세오)'가 인상 깊었다. 생각 한 토막 더 얹을 수 있었던 글 조각들을 남겨 본다.


나는 사랑이 시간이 지나버리면 말라버리는 우물이 아니라 끝없이 솟아나는 샘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중략) 우린 마치 물에 빠져 죽을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붙들고 있었지만, 사실은 서로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던 거야.
- '일곱 번째  일곱 번째 ' 42~43p.
누군가 사회에서 부당하게 탄압을 받아 배제된다고  , 그들이 진정 사라지는 것일까? (중략) 날카로운 이빨을 숨기고 감출뿐, 언젠가는 자신의 기량을 펼칠  있도록 정체를 숨긴  세상에 녹아들 것이다. (중략) 아흔아홉 골의 야수들은 보다 넓은 들판과 바다로 나가, 도량이 좁은 이들에게 들리지 않는 포효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 '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 128p.
거인은, 인간 세상에서   없어.
(중략) 우리 너무 커져 버렸나 .
- '거인 소녀' 171p.
살아있다는  말이야, 평소와는 다른 상황을 겪었을 때만 반짝 켜지는 신호등 같은 거라고. 이런 상황에선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그때 내리는 선택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지.
 -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 189p.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문장은 몸으로 읽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