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앙마 Nov 13. 2022

황량한 풍경 끝에 내걸린 위태로운 자의식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소설집(이승학 옮김, 섬과 달, 2021)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의 소설은    권뿐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므로.


그래서 사실 '왜 이렇게 썼냐'를 물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책 안에 포함된 비평가들의 말(그중에는 브리스와 시공간을 함께 한 이들도 포함된다)은 말 그대로 그들의 해석일 뿐이다. 그러니 100% 의존하지는 말자.


그의 소설은 황량하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어쩌면 목가적으로 보일만한) 풍경들은 그의 손끝에서 위태롭고 불안정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떠난 사람들, 남은 사람들, 그리고 돌아왔지만 희망은 꿈꾸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간신히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리볼버를 만지작거리며 방황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브리스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어렴풋이 스러져가는 세월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스러져갈 뿐이다.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 앞에서 간신히 버티고 선 그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동시에 처절하다. 그래서 더욱 위태롭다.


요즘 같다.

그래서 공감이 이끌려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옮겨 본다.


나는 내가 삼엽충으로 대체  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 - 삼엽충
화석이네. 오래전에 죽은 거야.
모으고 있어요.
오래전에 죽은 걸 모아서 뭐 하게?
아이는 밑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 골짜기
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곳에서 달아나거나 술로 벗어나거나 죽어도 그곳을 지워버릴  없음을 안다. - 영원한 
나는 나팔을 쥔, 비누를 쥔 내 손을 내려다본다. (중략) 나는 다른 손으로 다섯 손가락을 하나하나 세고 손가락은 썩어 문드러질 만큼 오래오래 거기 붙어 있을 거라고 혼잣말한다. - 명예로운 죽음
매거진의 이전글 옛날이야기들의 SF적 재탄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