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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31. 2022

좋은 문장은 몸으로 읽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문장과 순간(박웅현, 인티앤, 2022)

 개의 문구를 뽑아서

 읽은 감회를 써보려다

그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인상 깊었던 부분의 귀퉁이를 접어놓았는데

거의  절반에 가까웠던 까닭이다.


어떤 곳은  장이 통째로 좋았고

어떤 곳은 단어 하나가 곱게 날아와 박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이 아니라 몸으로 읽은 까닭에

어느  부분에 집착하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글쓴이가 옮겨놓았지만

이미 영원이 되어버린

단어와 문장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얼어붙은 감수성을 단호하게 깨부순 글쓴이가

 책의 첫머리에 적은  문장.

" 찬란해지길 바랍니다."

라는  문장이,

도끼로 내리친 얼음호수가

얼마나 찬란해질  있는지

새삼 느낄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하얀 양장본 겉면에

손끝이 느낄  있도록 아로새겨진

윌리엄 블레이크의 말은

제대로 깨진  감수성이 나아갈 바를

가리키고 있었다.


 문장.  하나로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알의 모래알 속에서 우주를 보고
 송이 야생화에서 천국을 보니
당신의 손바닥에 무한이 있고
한순간 속에 영원이 깃든다.
윌리엄 브레이크, '순수의 전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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