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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Nov 17. 2022

스무 편의 영화로 떠올린 시상, 오마주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이명연, 꽃피는책, 2022)

아무 일도 없고 어떤 맘도 아닌데 보게 되는,
누구에게나 하나 정도는 있을
그런 영화 한 편이 내게도 있다. - 동사서독
누구도 첫사랑은 끝날 줄 모르고 시작한다.
하지만 대개 첫사랑은 끝난다.
두 번째, 세 번째는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
마찬가지다. (중략)
모든 사랑은 결국 첫사랑이기에.
- 봄날은 간다
정글 칼에 떨어지는 물소의 목에
마음을 두들겨 맞아서요.
- Apocalypse Now
눈물과 울음은 전혀 다르다.
눈물은 흘려 없애고,
울음은 삼켜 없애야 하기 때문.
- 울어야 끝나는
시인인 은사는 그렇게 시로 울고 있었다.
시인이니까 시로 울려고 그러는 것처럼.
- Demolition

작가는 영화 자체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작가의 영감을 이끌어내는 소스이자, 그로부터 되살아나는 추억의 도화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자체로 시상이자 오마주다.


형식은 산문시다. 그렇다. 이건 '시'다. 시집이라고 불러야 옳다. 그리고 책을 내놓아도 될까 싶어 머뭇거렸다는 말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작가의 시는 문장 속에서 다양하게 느낌을 터뜨리고 종횡무진 추억을 뒤적이고 있다. 일부러 멋을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 책 귀퉁이를 접어 갈무리하는 페이지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 자유로운 노련함 때문이다.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조금 후회도 하며, 또 때로는 그리워도 하며 내게 소중했던 영화는 무엇이었던가 뒤적여보게 되는, 그런 책을 만났던 것 같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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