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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02. 2022

스친 시간 추억하기

스친 인연 기억하기(허묵음, 보민출판사, 2022)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책 표지에 적힌 저자의 한 마디가 332페이지에 걸친 20년의 이야기로 펼쳐지는 모습은 은근히 감동이다.


70년의 나이와 경륜이 빚어낸 담담한 결실들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고, 어딘가에서 켜켜이 먼지를 이불 삼아 덮고 있을 나의 습작들에 대한 미안함도 송골송골 솟아올라오니 이보다 더한 감동과 고마움이 또 있으랴.


글을 쓰는 이는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인지 금세 티가 나게 마련이다. 부끄러운 글이라며 내어놓은 저자의 스물한 편 산문들 하나하나가 꾹꾹 눌러 담은 편지처럼 정성스러운 걸 보면 글쓴이는 진정 글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평가할 수도, 함부로 해석할 수도 없다. 그저 옆에, 또는 앞에 앉아 차 한 잔을 사이에 둔 채 이야기 듣듯 고개를 끄덕이며 읽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스친 인연 기억하기'란 사실 보통 사람들이 그저 스쳐지나 버린 시간들을 한 조각씩 잡아내어 묶어낸 '스친 시간 추억하기'에 가까워 보인다. 매일 일기를 쓰며 24시간 중 어느 한 토막이라도 남겨놓으려 애쓰는 내 모습과도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는 것 같아 반갑다.


저자처럼 행복하게 나이 먹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글이 아닌 말로도 삶을 나눠보고 싶다.


삶과 꿈을 나누는데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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