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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01. 2022

당신의 소설은 결코 뜨뜻미지근하지 않다

어떤 물질의 사랑(천선란, 아작, 2020)

나는 정말로 소설 쓰는 게 무섭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가끔은 다 쓴 이야기를
그대로 휴지통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쓰고 싶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뜨뜻미지근하게 남았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당신의 소설은 결코 뜨뜻미지근하지 않아요.

충분히 따뜻해서

식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랍니다.

고마워요.


라고 일단 말하며 시작하고 싶다.

(휴지통에 버리지 마시고

꼭 세상 빛 보게끔 해주시길...^^)


천선란 작가는 '천 개의 파랑'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 책을 읽고 이미

작가의 광활한 상상력과 깊이를

소화할 수 있는 분야는

결국 SF가 가장 적절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깊고 넓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어떤 물질의 사랑'에는

8개의 소설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소설은

'어떤 물질의 사랑'과 '마지막 드라이브'였다.


먼 우주를 날아온 외계인의 사랑이나

지구인의 사랑이나

사랑은 어차피 매한가지인데

왜 굳이 여러 조건들을 매달아

서로 '다름'을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한 '어떤 물질의 사랑',


새로운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밀려나는 자동차 충돌 실험 개체 '더미'와 '델리'의

맹목적 사랑을 보며

지구인들의 재고 따지는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마지막 드라이브'.


묵직하고 중력감 있게,

그리고 아직은 조금 낯선

'과학'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풀어내고는 있지만

결국은 '사랑'에 관한 물음과 고찰이다.


지구인들의 이야기다.


지구의 주인들은
낯선 존재를 오래도록 상상해왔지만
받아들일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죠.
이 드넓은 우주에 사는 생명체 중
지구만 그래요.
폐쇄적이면서도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아주 특이한 성향이죠. (중략)
너는 지구인이니까.
네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까.
지구인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건 걱정 마.
이곳에 있는 모두가
서로에게 외계인이니까. (중략)
결국 너는 너야.
끝까지 무엇이라고 규정하지 않아도 돼.
- '어떤 물질의 사랑' 중에서
더미가 아무리 정확하게
세상을 재단한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부정확한 인간들의 것이었으니까.
- '마지막 드라이브' 중에서

참 부족한 거 많은 게 인간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함께 살아갈만한 재미도 찾을 수 있는 게

지구가 아닐까 싶다.


부정확하고 어설픈 지구인들의 모습 속에는

해결할 것도 많고,

위험한 것도 많고,

한숨 나오는 모습도 너무 많지만

그래서 더욱 열심히

책임감을 갖고 옳은 일을 위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은 어쩌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동종 간의 사랑만이

전부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지구를, 자연을, 이종의 존재라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작가가 바라는 미래는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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