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앙마 Dec 14. 2022

족집게는 없지만 과학은 분명 있다

위너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박시영/김계환, 김영사, 2021)

나름대로 열정을 갈아 넣었던 그때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아득히 먼 옛날 같은데 불과 반년 전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책은 1년반쯤 전에 3월을 준비하는 이들에 초점을 두고 써졌다. 예측이 포함되어 있지만 단정적이지 않고,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략적 도구로서의 여론조사 가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맹목적이진 않다. 결과가 나온 다음 돌이켜봐도 맞았네, 틀렸네를 규정지을 수 없도록 나름 안정적인 토대 위에 서 있다.


물론 무게중심은 살짝 기울어져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를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다. - p.350

'있다'라는 서술어는 이제 '있었다'라는 과거 시제가 되었다. 과거 시제가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결국 다음의 한 가지 결론으로 요약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고,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의 세상이다.


여론조사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판단 근거는 된다. 흐름을 알 수 있고 수치 속에 숨은 마음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설문항의 구조와 표본집단의 구성, 조사방식 등을 면밀히 살피고 비교하며 읽어야 의도에 낚이지 않는다. 편향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해서 다 전략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름 열정을 쏟았던 가장 최근의 경우에도 최종적으로 받아 든 성적표는 쓰고 아팠다. 다 내 잘못인 것 같고 내 부족함 때문인 것처럼.


때가 되면 냉정하게 복기할 것이다. 과학은 고집이 아니라 붕괴, 수용, 재정립의 끝없는 반복 속에서 자리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무용론이 아무리 제시된다 한들, 판을 읽는 도구로서 여론조사의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전략을 짜고 판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역할 또한 분명 중요하다.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냉정하며 좀 더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빌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 경이롭지 않은 것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