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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23. 2022

'운동'계의 군주론

운동은 이렇게(마이클 왈저, 후마니타스, 2021)

당신이 발 딛고 선 곳에서 시작하라.
- 5. 지지층 찾기
정치인과 급진주의자는
운동을 이용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운동도
그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10. 리더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외면한다고 해서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절대 안 된다.
운동은 언제나 실제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해야 한다. - 21. 적들

'시민운동'이라 하면 여전히 우리는 무보수에, 순수한 열정을 갖고 투신하는 희생과 봉사를 떠올린다. 그래서 그 틀을 벗어났을 때 더 강력한 비판과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비판과 비난에 무게중심을 둔 정부 교체가 만들고 있는 정책적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지금 목격할 수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운동'도 결국 정치적 행위다. 이 책은 그런 운동 활동가, 실무자들을 위한 구체적 지침서다. 어떻게 조직하는지, 어떻게 위용을 내보이는지, 어떻게 연대하고 행동하는지, 나아가 어떻게 쇠퇴하고 실패하는지까지 세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비단 시민운동에만 해당되지도 않는다. 정당정치의 영역에서도 왈저의 책은 충분히 실효성이 있다. 조직화와 확대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활동에 있어서도 실무적 지침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러한 지침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제식으로 운영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공공연하게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뭐랄까. 금기시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운동은, 정치는 순수하고 고고한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분명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오늘날까지 정치학의 고전으로 여기며 필독을 권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한줄평을 '운동계의 군주론'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격언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1970년대에 쓰인 책이지만 이 안에 포함된 여러 방법론은 오늘날에도 분명 큰 틀에서 유효하다.


시민운동은 결코 고고하기만 하지 않다. 목표의식 하에 성취를 향해 간다는 측면에서 분명 정치활동이다. 직업적 활동가가 가능해야 지속가능한 운동이 될 수 있다. 그건 세속적이라거나 변질되었다고 비난할 일이 결코 아니다.


왈저는 그러한 인정과 수긍의 과정에서 특히 '급진주의'를 경계하라고 수 차례 충고한다. 대부분의 중도 시민들을 끌어안고 갈 때 '운동'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경험적 각성이다.


그 때문에 '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활동가와 '운동'을 극단적 급진주의자들의 횡포와 오만으로 계속 밀어붙인다. 이걸 버텨내면서 정치적 확장을 도모하고 일정 수준의 권력을 쟁취하는 것. 결국 정치와 같은 지향점을 둘 수밖에 없다.


전환과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최근의 '운동'계다. 이 책은 그 기저에 꼭 필요한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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