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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30. 2022

불안하다면, 끊어보기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매트 헤이그, 위즈덤하우스, 2022)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 31p.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단 한 번뿐이다.
그 삶을 오롯이 자신만의 것으로 사는 것이
언제나 가장 옳다. - 169p.
오프라인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부끄러운 행동은
익명성에 숨어서도 하지 마라.
인구통계학적 데이터의 재료가 아니라
신비스러운 존재가 되라. - 194p.
알림을 꺼두라. (중략)
꼭 필요한 알림 같은 건 없다.
통제권을 탈환하라. - 213p.


불안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황장애에 빠지고, 사람 대하는 일에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왜 그럴까.


‘과잉’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정보, 내밀한 사적 영역에까지 침범한 기술, 그리고 그러한 불행을 영업 대상으로 삼는 기업과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상품화되어 버렸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마저 오히려 불안을 실어 나르고 상대적 박탈을 키우는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저자 역시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었고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며 여전히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래도 저자는 여러 노력을 통해 자기 자신과 직면할 수 있었고 조금씩 불안증으로부터 벗어 나는 중이다. 그리고 독자들과 함께 그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의 핵심은 “끊기”다. 연결을 끊어보고, 집착을 끊어보고, ‘편리’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세상의 기술로부터 자신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 멀어짐은 우주적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관계를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자연, 자아, 사랑 등등. 그러한 존재론적 각성은 사실 우리가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이미 얻을 수 있는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조상들이 ‘지혜’라고 명명한 것들이 그 원천이다. 우리가 잊고 살았을 뿐이다.


한 걸음만 떨어져 보면, 과잉으로부터 벗어나 보면 오히려 결핍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흡에 집중하고 자연에 귀 기울이며 내가 우주적으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른 모든 이들도 우주적으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경험담에 기반한 이야기다 보니 더 깊이 와닿는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을 통해 보여줬던 절벽 끝 각성의 이야기가 저자의 고민과 깨달음의 연장선이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여전히 저자는 ‘노력 중’이다. 여전히 밤새 트위터를 뒤적이고 이메일을 체크하며 가끔은 SNS 워리어들과 싸움도 벌이느라 아내에게 타박을 받기 일쑤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노력일 것이다. 멀어지는 것은 연습이 필요하다. 저자의 노력에 함께 발 한번 담가보면 어떨까. 새해에는 우리 모두 불안의 밤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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