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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05. 2023

인권이야말로 사회를 비추는 진짜 거울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생명평화아시아 엮음, 도서출판 참, 2022)

"저희들은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왔지만 그래서 한국에서 노예처럼 당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인간존재 그 자체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 p.12(1995년 네팔 산업연수원생 명동성당 농성 호소문 중)

인권은 사회를 비추는 진짜 거울이다. 아무리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사람으로 똑같이 대우하지 않는 사회는 졸부, 그 이상 될 수 없다.


우리도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독일 탄광으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길에 나섰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차별당하고 서러워하면서 버텼던 시간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그리 멀지 않은 차별의 역사를 몸소 체험한 우리는, 과연 외국인 노동자들을 어떤 자세로 바라보고 대우하고 있는가. 이 책은 외국인 노동자의 진짜 현실을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며 우리에게 그것을 묻고 있다.


"주변에서 저보고 직장에 들어가서 일하라고 해요. 병원 같은 곳에 취직해서 월급 받으면서 통역 일을 할 수도 있어요. (중략) 제가 그거 하면 다른 사람, 어려운 사람 못 도와줍니다.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중략) 지금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56(베트남 출신 임소현 활동가 인터뷰 중)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힘들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계급이 있는 듯한데,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단계가 낮은 축에 속한다. 약자 중의 약자라고나 할까.


그들을 돕기 위해 조금 더 나을 수도 있는 자신의 삶을 보류하는 현실을, 우리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가. 좋다. 적어도 그 현실을 어떻게든 감수하려는 사람들로 하여금 포기하고 싶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봐야 한다.


"제조업의 3D 업종이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안 돌아가듯이 농축산, 어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채소류나 어류가 우리 밥상에 올라올 수 없어요." - p.102(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인터뷰 중)

솔직해지자. 이젠 우리 현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빼고 고용 환경을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가 회피하는 일들을 한다고 해서 그들의 노동이 가치가 없는 것인가. 그 반대다. 그들의 노동이 있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산업 부분들이 지탱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 한다. 아니, 최소한 동등한 노동자로라도 대우해줘야 한다. 불법적 착취와 기본적 인권마저 유린하는 사례들에 함께 분노하고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최소한, 미안해라도 해야 사람 아닐까.


"사람은 불법이 될 수 없습니다.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만드는 제도가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임금체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략) 한국에 거주할 수 있다면 취업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153(사건사례 소개 중)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모든 이는 동등한 기본권을 갖는다. 우린 모두 그렇게 배웠다. 그것은 하늘이 부여한 절대 불가침의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제도'다.


그렇다면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도 힘들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배우고 있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있어 모순을 만들지는 말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내가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가 있다면 그건 다른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노동자도 예외일 수 없다.


말로만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기에 앞서 우리의 인권적 인식부터 '글로벌하게'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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