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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16. 2023

새 시대적 역할을 향한 새로운 노인 선언

선배시민(유범상/유해숙, 마북, 2022)

"선배시민은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하여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이다."
- 2장 새로운 노인상을 찾아서, 87p.
"노인은 보통 사람으로 늙음이라는 특징이 더해진 존재, 즉 나이 든 보통 사람일 뿐이다. 그 사람은 개인의 태도와 속해 있는 계급, 사회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노인은 신비롭거나 분리된 존재라는 전제를 갖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
- 1장 No人인가 Know人인가, 46p.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노인의 나라'다. 저출산(스웨덴 복지국가의 이론적 기틀을 만든 뮈르달 부부는 이를 일컬어 '민족적 차원의 자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은 고착화되었고 베이비붐 세대로 대표되는 1960년 전후 인구들은 이제 사회적 분류상의 노인 인구가 되었다. 노인에 대한 새로운 개념 규정과 그에 따른 사회 전반의 정책적, 인식적 변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한 세대를 주름잡던 베이비붐 세대가 그 세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미리 준비도,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격한 갈등과 사회비용이 초래될까 걱정이다.


그런 면에서 '선배시민론'은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는 시도다.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늙어가자는 호소와 선언은 노인 세대가 새로운 사회적 역할의 주체로서 어떻게 바로 설 수 있을지 주체적 시선을 제공한다. 배려와 공경, 우대와 돌봄의 대상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 자리매김한다면 분명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공동체와 동고동락을 의미합니다. 훌륭한 가족은 그 어떤 구성원도 특별대우하거나 천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홀대하지 않습니다. 형제들 간에도 평등, 배려, 협력, 도움이 존재합니다."
- 3장 시민이라면 아파도 실패해도 괜찮아, 102p. 스웨덴 페르 알빈 한손 총리의 1928년 '시민의 집' 개념 관련 연설 인용
"인간이라면 빵은 물론이고 장미를 가진 존재여야 한다. 장미는 인간적인 품위를 의미한다."
- 5장 노년에 부르는 자유의 노래, 192p.

선배시민론의 확장선 위에는 '시민의 집' 개념이 함께 존재한다. 가족 안에서 그 구성원들을 어떤 기준이나 조건 없이 차별하지 않듯이 사회를 하나의 '집' 개념으로 접근할 때 모든 구성원들 또한 기준이나 조건 없이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복지에 대해 경제적 또는 시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누리고 공유해야 할 권리다. '시민'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다는 그 당연한 권리는 이미 근대 민주주의의 태동과 함께 등장했고 지금까지 살아 숨 쉬는 개념이다. 우리는 이를 너무 당연히 잊고 산다.


노인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후배 시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공동체 안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며 함께 실천해야 한다. 그건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고 다른 세대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사회 전반의 합의 과정을 전제로 함은 물론이다.


"비판은 좌파나 우파,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비판이 없는 사회는 닫힌 사회이다. 비판을 공기와 같은 것으로 생각할 때 열린 사회는 가능하다."
- 4장 '나 때는'보다 '너 때는'에 귀 기울이는 선배, 161p.

그 과정에서 비판과 갈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요즘 세태를 보면 비판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고 편 가르기에 급급한 경우가 너무 많다. '열린 사회'를 부정하는 '적'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부정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우리는 '전체주의' 사회를 목도할 수 있었다.


노인 세대가 아닌 세대로서 선배시민론이 보편화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을 하나 뽑아본다면 바로 '비판의 수용'이다. '꼰대'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4장의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나 때는'보다 '너 때는'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는 모든 세대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전제이기도 하다.


저자의 선언이 현실에서도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는 에필로그는 반갑고 기대된다. 성숙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하나의 사회철학으로 자리 잡게 되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표현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구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액티브 시니어는)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 타인이나 공동체보다는 자신의 취미, 여가와 가족의 성공에만 관심을 갖는다."
- prologue. 시민으로 늙으려면, 12p.

개인주의 경향이 강해서 타인이나 공동체보다 자신이나 가족의 가치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표현은 마치 개인주의가 장애물처럼 비친다. 선배시민으로서 바로 서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존'이다. 개인도 바로 서지 못하는데 선배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선배시민으로서의 역할론이 정립될 수 있을 것이고 그 정체성의 바로 세움을 위해 사회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존립을 바탕으로 사회를 바꾸는 동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개인주의의 확장적 차원에서 '선배시민론'이 해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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