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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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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고고학(최은창, 동아시아, 2020)

"유언비어는 비록 비공식적 경로로 떠도는 부정확했지만 유용했다. 그러나 유언비어를 무조건 악의적 허위로 규정한 시대에는 정치적 표현은 제약되었고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았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부패한 권력자나 정부기관은 유언비어의 허위성과 해악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정권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억눌렀다." - '영혼을 훔치는 자' 중에서

'가짜 뉴스는 인류 역사 전반에 항상 존재해 왔다.' 가짜 뉴스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를 활용해 기존의 기득권 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집단과 그것을 막거나 극복하려는 집단 간의 치열한 정치적 투쟁이 그 이면에 존재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


물론 오늘날에 이르러 가짜 뉴스의 폐해가 더욱 강조되기는 한다. 기존에 필터링을 담당하던 주요 언론 채널(신문, 방송 등)의 게이트 키핑(Gate Keeping) 권력이 뉴 플랫폼(포털사이트, SNS 등)에게 많은 넘어가면서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보 과잉은 혼란과 좌절을 일으킬 뿐 아니라 관점을 흐리게 만든다. 인위적 허위정보의 생산은 그 무질서를 약간 더 악화시킬 수 있지만, 생산자 역시 의도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려면 무질서의 혼란을 뚫고 가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략) 디지털 시대에도 아테네의 선동가처럼 연단에 서서 주목을 받으려면 협조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관심시장의 제로섬 게임' 중에서

올드 플랫폼과 뉴 플랫폼의 대결 양상에서 나온 경쟁적인 '소떼몰이'는 결국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의도에 의해 좌우된다. 게다가 인터넷의 개방 등으로 초래된 무한대 수준의 정보 과잉 환경으로 인해 뉴스 수용자들이 이를 가려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의도적 목적을 가진 가짜 뉴스 또한 특정 '증폭기' 없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는 더 어려워졌다. 올드&뉴 플랫폼의 과도한 경쟁과 권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이 그 증폭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는 플랫폼 사이의 경쟁과, 그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며 권력을 강화하려는 정치적 집단과 맞물렸을 때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진짜' 힘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거짓은 빠르게 이곳저곳을 누비지만 진실은 언제나 그다음에야 느지막이 걸음을 옮긴다. (중략) 진실이 밝혀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정치적 국면에서 여론의 방향을 오도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뿌리는 전략은 계속 활용될 것이다." - '진실의 속도' 중에서
"선거의 승리가 모든 것을 잠재우고 권력을 부여하는 시스템에서는 유권자를 분노하게 만들든지, 속이든지, 선동하든지, 위협하든 승리하면 된다는 생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 '허위정보, 여론, 민주주의의 관계' 중에서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가짜 뉴스의 전파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것 또한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진실의 규명 속도는 더디고 지난하기 때문이다. 이 상대적 속도 차이가 정치적 목적과 의도를 가진 가짜 뉴스의 활용과 전파를 줄이지 않도록 만든다.

 

저자는 이 부분을 억지로 누르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가짜 뉴스의 부당함을 이야기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동시에 기득권 유지를 위해 악용되는 데 있어 오히려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스를 수용하는 주체들만 의식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올드&뉴 플랫폼의 '증폭' 단계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즉, 가짜 뉴스의 생산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서 벗어나 증폭기로써의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오히려 이 부분에 정치적 판단과 의도가 개입되지는 않는지에 대해 집중함으로써 가짜 뉴스의 사회적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뉴스의 수용 주체가 의식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증폭기가 불러일으키는 가짜 뉴스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권을 바꾸기도 하고 진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차단하기도 하는 사례를 우리는 최근 다양하게 접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할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가짜 뉴스의 역사적 실체를 인정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견제 또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용 주체는 수용 주체대로 합리적 시민으로서의 뉴스 판별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가짜 뉴스의 증폭기 역할을 하는 플랫폼들에 대해서는 자정적 노력을 촉구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 제한 장치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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