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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19. 2023

안중근을 오롯이 담기엔 대가도 벅찼을까

하얼빈(김훈, 문학동네, 2022)

안중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묵직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소설가로서는 손꼽히는 대가인 저자가 '엄두가 나지 않았을'만 하다.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대가가 담기에도 안중근의 불꽃같던 청춘과 의지, 그리고 초연함은 벅찼던 것 같다.


최대한 건조하게, 하지만 진정성 있게 안중근의 삶을 조망하려 노력한 것은 충분히 알겠다. 꽉 채우기보다 여백을 두고, 강조하기보다는 절제함으로써 안중근은 영웅의 자리에서 청년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었다.


하지만 못내 너무 아쉽다. 안중근이 무수히 가슴에 반복하며 품었을 그 말들은 여백으로, 절제로 대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넓었다. 큰 뜻은 공간을 누볐고 헤아릴 수 없었던 고뇌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던 침묵으로 대신할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한 듯하다.


그 또한 저자가 남겨둔 말줄임표였을까. 그도 아니면 본인이 오롯이 담지 못한 안중근의 영혼을 후배들이라도 살려내 주길 바랐던 공백이었을까.


그래도, 돌아오는 3월 26일은 조금 다른 감정으로 안중근을 되새겨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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