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김훈, 문학동네, 2022)
안중근.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묵직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소설가로서는 손꼽히는 대가인 저자가 '엄두가 나지 않았을'만 하다.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대가가 담기에도 안중근의 불꽃같던 청춘과 의지, 그리고 초연함은 벅찼던 것 같다.
최대한 건조하게, 하지만 진정성 있게 안중근의 삶을 조망하려 노력한 것은 충분히 알겠다. 꽉 채우기보다 여백을 두고, 강조하기보다는 절제함으로써 안중근은 영웅의 자리에서 청년의 자리로 옮겨올 수 있었다.
하지만 못내 너무 아쉽다. 안중근이 무수히 가슴에 반복하며 품었을 그 말들은 여백으로, 절제로 대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넓었다. 큰 뜻은 공간을 누볐고 헤아릴 수 없었던 고뇌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던 침묵으로 대신할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한 듯하다.
그 또한 저자가 남겨둔 말줄임표였을까. 그도 아니면 본인이 오롯이 담지 못한 안중근의 영혼을 후배들이라도 살려내 주길 바랐던 공백이었을까.
그래도, 돌아오는 3월 26일은 조금 다른 감정으로 안중근을 되새겨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