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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Feb 16. 2023

믿고 보는 편안함, 다시 보는 오르세

방구석 미술관X오르세 미술관(조원재, 블랙피쉬, 2018)

"텍스트는 머리로 설득하지만, 이미지는 마음으로 감화시키죠. 미술의 맛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폴 세잔, p.240)

어렵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글 역시 좋은 글이 아니다. 모름지기 글이란 읽기 쉽게, 보기 편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다. 편안하다.


'방구석 미술관'은 그런 책이다. 역사에 이름을 떨친 화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주의니, 파니 구분해 가며 장황하게 펼치지 않는다. 숨은 뒷이야기(그들도 결국 사람이구나 느끼게 만드는)를 재미있게 섞어가며 작품들을 휘휘 둘러보게 돕는다. 그러다가 '왜 명작이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포인트를 딱 짚어준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다.


2004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지가 파리였고 쥐 잡듯이 찾아다녔던 수많은 명소 중 오르세 미술관도 있었다. 기차역이었던 공간에 가득한 명작들 앞에서 넋을 놓고 헤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시에는 숨겨진 뒷이야기도 몰랐고 그저 유명한 작품이구나, 책에서 배운 작품이구나 하며 기념사진을 찍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다시 찾아오겠노라 다짐하고 떠났던 배낭여행이었다. 그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여행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이 꼭 포함될 것이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생생한 붓터치 속에서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오르세 미술관의 편안한 도슨트가 되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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