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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Feb 24. 2023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 열 개를 가슴에 담다

방구석 미술관 2 : 한국(조원재, 블랙피쉬, 2021)

고흐, 고갱은 알면서

장욱진, 김환기는 모른다?


뜨끔했다.


어쩌다가 이름은 알아도 작품 한 점 본 적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 봤다는 작품도 이제는 가물가물한 청소년기 미술 교과서 어디쯤이겠지만.


'방구석 미술관'답게 쉽고 재미있다. 일하고 있는 사무실 창문만 열면 바로 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오르세미술관 못지않은 고품스러운 모습으로 겉표지를 가득 채운 것도 인상적이다.


소를 통해 민족과 자신을 표현했던 이중섭, 원조 신여성으로서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나혜석, 세계에 한국미술을 처음 알린 이응노, 사업가적 수완도 대단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원조 유영국, 순수한 눈으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그려낸 장욱진, 우주를 점으로 표현했던 한국 미술의 대들보 김환기, 평범한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낸 김홍도의 후예 박수근, 여성으로서 겪은 고통을 눈으로 승화시킨 천경자, 시대를 앞서간 괴짜 천재 백남준, 미술철학의 지평을 연 이우환까지. 몰랐어서 죄송할 따름인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주자 10명의 이야기가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알고 나서 보는 한국미술의 진면목은 정말 느낌표 그 자체다. 누가 빚어놓은 길을 뒤따라가기보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간 10명이 아닌가. 누군가와 비교할 것도 없다. 그들이 펼친 한국미술의 새로운 세계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다.


단순히 흠모하고 감탄하는 것에서 감동은 끝맺음 지어지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을 수많은 예술가들. 그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보다 나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 붓필을 들고 팔레트를 비비며 열정을 쏟는 그들을 응원한다.


느낌표 가득한 한국예술을 이어가는 저마다의 역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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