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유노북스, 2023)
• 내가 깨달은 것만큼이 나의 세계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마라.
• 욕심 없이 사는 사람은 실패의 고통도 없다.
• 돌아보지 말고 내다보지 마라.
• 열 가지의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한 가지의 고통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은 같다.
인상 깊었던 문구들을 나열해 보니 괜히 허무하다. 왜 쇼펜하우어에 대해 염세주의라는 오해가 생겼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요즘 쇼펜하우어를 소개한 책들이 여러 책방 사이트에서 상위에 올라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물론 그 책들이 염세주의를 부추기거나 당연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오해를 받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을 변호하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 가져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설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40대를 명확한 타깃으로 정한 것도 이해가 간다. 꿈과 열정으로 거침없이 질주했던 20대, 진짜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그 꿈과 열정이 하나 둘 무너지는 경험으로 혼란스러웠던 30대를 지나, 이제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여 적당한 타협이라는 삽으로 냉엄한 현실에 뿌리를 내리기를 선택하는 40대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현실주의적 조언이 또 있을까.
대부분의 조언들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은 맞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살아보니 이렇더라' 이야기하는 맥락과도 많이 닿아 있었다. 적당한 거리 두기, 분수에 넘치는 욕심 멀리 하기, 달리기보다는 걷기, 좋은 게 좋은 거... 조금은 지친 듯한, 조금은 맥 빠진 듯한 메마른 시선과 한쪽 입고리만 올라가는 냉소, 그리고 들릴 듯 말 듯한 한숨까지. 딱 맞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니! 아니라구욧!' 하고 저항하는 작은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작아졌다. 그렇다. 나는 쇼펜하우어를 읽기도 전에 이미 그가 말하는 40대 안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