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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역사, 상시 새롭게 돌아봐야 할 역사

국토박물관 순례 1(유홍준, 창비, 2023)

by 서툰앙마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p.6 / 책을 펴내며)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p.320 / 고구려 3)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 물으면 꽤 오랫동안 2가지를 이야기했었다. 천문학자와 고고학자. 전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취보다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수학의 벽에 가로막힌 것이 분명한데 후자는 어느 순간 슬그머니 장래희망 리스트에서 빠져 버렸다. 평생을 연구자로서 헌신할 게 아니라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자는 현실의 벽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관심은 남았고 책으로라도 탐독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앞선다. 유홍준 교수의 책은 그런 욕구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으며 언젠가는 꼭 내 눈으로 확인해 보리라 다짐했고 실제로 군대 가기 전 무전여행의 목적지를 경주로 잡기도 했었다.


역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유물과 유적은 끊임없이 발굴되고 기존의 학설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한 번 찾아봤다고, 한 번 둘러봤다고 끝이 아닌 게 박물관이요, 유적지다. 그 변화를 일평생 쫓으며 소개하는 대표적인 이가 바로 유홍준이다.


이번에는 국토 전체를 놓고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다시 되짚었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고구려까지가 범위다. 동아시아에서는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어버렸던 연천 전곡리부터, 고구려의 도읍지였던 환인과 집안 등이 포함된 만주 일대까지 직접 발로 뛰며 가슴으로 담은 생생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내용은 무겁거나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훑어만 볼 것도 아니다. 왜 우리가 유물과 유적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어떻게 모아내고 전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만주의 경우,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의 상황이 많이 변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역사다.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고 현재이자 미래다. 유홍준 교수의 책이 새로운 그 기초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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