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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 대한 받아들임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미래

파견자들(김초엽, 퍼블리온, 2023)

by 서툰앙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지상에도, 누군가의 마음에도 그렇게 쉽게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전작 '지구 끝의 온실'에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와 새로운 관계 맺음을 통한 공존을 이야기했던 것과 유사한 플롯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범람체라고 불리는 균류 형태의 존재에게 지상을 빼앗기고 지하로 밀려난 인류라는 설정, 파괴와 극복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주류와, 섞임과 어울림의 양태를 추구하는 비주류의 충돌 및 이를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전작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부분이 일관성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이질적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기반해 무조건 폭력과 갈등의 대상으로 치부해 버리기보다 공존을 통해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의 시대적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러한 공존, 공생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안의 합의와 이해를 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더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음을 합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일지도 모를 일이다. 서로의 마음을 밀어내고 그 사이에 벽을 쌓는 사이 진짜 위기는 다가오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다름에 대한 받아들임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에 좀 더 가까워지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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