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알(중구 신포로27번길 96-2)
인천 중구의 개항장 거리는 언제 가보아도 오묘한 멋을 풍긴다. 150여 년 전 개항과 더불어 온갖 문명이 뒤섞여 공존했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중구청을 바라보고 왼편 첫 번째 거리를 따라가면 머지않은 곳에 3층짜리 일본식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그 겉모습만으로도 발길을 멈추기에 충분하다.
'팟알'
문 입구에 내걸린 경쾌한 필치의 두 글자 간판은 오랜 목조 건물을 순식간에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한다. '그렇지. 지금은 2019년의 인천, 어느 과거의 모습을 재현한 거리 어디쯤이었지' 잠시 망각했던 내 위치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리고.
저 깊은 안쪽에 태극기가 보인다.
개항 시기, 이 건물은 인천항을 무대로 하역업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던 자리라고 한다. 1층은 사무실, 2~3층은 주거공간으로 활용했었단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그 공간이 지금은 태극기가 자리 잡고 한가로이 카페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땀과 눈물이 뒤섞인 인천항을 무대로 치열하게 삶을 영위했을 조선인들도 이곳이 삶의 한 일부였으리라. 지금의 모습을 그들이 본다면? 그 상상력의 끝에서 발견하는 감정선이다.
팥빙수를 파는 가게이니 태극기 왼편으로 위치한 주문터에서 주문을 마치고 조금 더 두리번거려본다. 바로 맞은편 오른쪽에 작은 계단이 보인다. 사전에 예약하면 사용도 할 수 있다(물론 유료)는 다다미방으로 연결된 통로다.
주거공간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정갈하게 잘 복원해놓았다. 벽에 걸린 몇 장의 사진과 장식들을 빼면 소박함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창가에 자리 잡은 작은 탁자 앞에 앉아 조용히 사색하거나 책 한 권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주문하신 빙수요!"
빙수를 파는 곳이니만큼 맛은 기본이다. 요즘은 과일빙수다 뭐다 해서 화려한 모습과 맛을 뽐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의 빙수는 기본에 충실한 수수함에 집중했다. 소복이 쌓인 얼음더미 위 팥과 인절미 가루가 적절히, 그리고 가지런히 올라간 모습이 예전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
함께 먹는 찹쌀떡 또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전형에 충실한 달콤함과 쫀득거림이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이든 추억이든 그리움이든 어떤 모습으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게 과거다.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를 살아가는 공간.
인천에도 그런 곳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