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좀 빌려줘.
- 왜?
- 사진 찍게.
어린이집 운동회가 한창이었다.
뛰고 노는 것도 지쳤는지
심드렁하게 툭 내뱉는 여섯 살 아들의 요청.
아이에게 핸드폰을 잘 맡기지 않지만
하도 무료해 보이기에 내어주었다.
이내 집중해서 이것저것 담는 녀석.
그렇게 잊고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꽤 여러 장의 사진에서
찌릿한 느낌이 스친다.
하늘. 풍선. 운동화. 연필.
아이의 눈높이에 비친 세상은
내 눈이
내 마음이
미처 담지 못했던
그래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소중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게끔 해주었다.
집에 와서 물었다.
- 카메라 있으면 어떨 것 같아?
- 좋아. 사진 찍는 거 재미있어.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아이의 손에 맞을만한 크기로
카메라를 구입한다.
아이야.
네 세상은 어떤 것일지
기대해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