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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Nov 19. 2019

누구든 죄 없는 자만 돌을 던져라

비바, 제인(개브리얼 재빈, 엄일녀 옮김, 루페, 2018)을 읽고

수많은 낙인이 존재한다.
한 번의 실수가, 믿었던 신념이 낙인이 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단순한 손가락질이 모여 낙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낙인은 상상력과 소문을 타고 무척이나 아프게, 그리고 오랫동안 후벼 파고 상처를 낸다.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한참 진행되다가 요즘은 잠시 가라앉은 모양이다. 낙인이 찍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한 권리다. 물론 모든 것이 잊힐 수는 없다. 잊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의무 또한 우리 사회에는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적 불평등과 불균형으로 인해 불합리한 피해를 당한 개인에게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전자의 권리다.

하원의원과의 스캔들로 사회적인 매장을 당한 아비바가 제인으로 이름을 바꾸고, 정든 집과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미혼모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다시 재기해가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 모습일까. 수많은 레빈(아비바와 스캔들을 일으킨 하원의원)과 엠베스(레빈의 아내)는 있을지언정, 한 사람의 제인(아비바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을 만들 수 있는 우리는 과연 가능할까.

아니, 그전에 우리는 과연 낙인찍힌 자라고 비난하며 돌을 던질 권리가 있는가. 예수는 말했다. "누구든,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져라"

소설은 제인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자신의 이름에 투표하는 지점에서 끝난다. 박빙의 승부다. 하지만 그 결과가 중요하진 않다. 과거와 당당히 대면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인이 아비바를 소환하는 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니까. 적어도 앞으로의 제인(아비바)은 거침없이 사회 속에 우뚝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비바, 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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