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김영하, 문학동네, 2019)
"여행이 곧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여행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펜을 든 작가는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누구나 여행자임을 자각한다. 그 자각이 작가로 하여금 규정되지 않은 존재로서의 덤덤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었던 모양이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자신과의 마주침은 정해진 플롯 안에서 움직이는 소설 속 인물들을 탄생시키고 말을 하도록 만드는 재료가 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안정된 삶과 떠도는 삶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며 이윽고 선택한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은 삶을 항상 돌아보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그 이중적 모순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곧 여행이다. 떠돌다가 잠시 정착하는 것과 줄곧 정착해 있다가 떠나는 것 모두 '여행'이라는 단어 안에서는 동일한 궤적으로 읽힌다. 삶이 곧 여행이고 여행이 곧 삶이라는 작가의 고백에 동의한다.
'Nobody'가 되어보는 경험은 역설적이게도 'Somebody'로서의 내 모습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직시한 현실은 그 경험 이전의 삶과 분명 다른 삶을 보도록 내 안의 무언가를 변화시킨다. 그런 변화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길을 떠나거나 떠나기를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 번쯤 그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어 졌는지도. 잊고 있던 '여행의 이유'를 끄집어내 줬다.
그래서 고맙다.
올해. 어느 한 시점쯤
'아무도안'인 자가 되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