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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Feb 14. 2021

무심코 툭 던지는 공감의 위로

'상관없는 거 아닌가?(장기하, 문학동네, 2020)

누군가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다 보면 내 균형이 무너진다. 내 행동의 결과와 그로 인해 발생할 또 다른 결과를 미리 걱정하다 보면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엄청 큰 걱정과 고민이라고 해도 훗날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었던 것일 수 있다. 혹시 지금 그런 두려움들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한 번쯤 이렇게도 생각해 보자.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자유로움,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일상적인 주제를 과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심히 들여다보는 듯한 특유의 건조함이 특히 마음에 든다. 책에서도 그러한 냄새가 많이 풍긴다. 라면, 달리기, 쌀밥 등 일상적인 소재에 대한 나름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는데, 그게 은근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리하지 않고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 그의 음악과 많이 닮았다.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생각이 많이 났다. 상관없지 않은가 하고 물을 수 있는 이면에는 적당히 남의 시선으로부터 떨어져 내게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이 그 필요성과 당연함을 역설했다면, 장기하는 실천을 보여주는 셈이다.

멍하니 반쯤 눈을 뜨고 기울어가는 하루를 바라보며 읊조리는 듯한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굳이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그 또한 그는 크게 괘념치 않으리라. 어차피 '상관없는 거 아닌가?'
그것만 공감한다면 그것으로 만족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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