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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ul 19. 2021

보통 사람들의 잊힌 슬픔을 펼쳐내는 일…

다크투어(김여정, 그린비, 2021)를 읽고

목포, 발리, 바탕칼리, 타이베이, 제주도까지.

때로는 화려한 관광지로,

때로는 왁자지껄한 대도시로.

저자의 발걸음이 쉼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단순한 관광도, 답사도 아니다.

이제는 희미하기까지 한

제노사이드의 발자취와 흔적을 좇는

처절한 기억의 몸부림이다.


희생의 당사자들은 '기억'이라는 흔적에서조차

사라져 가고 있다.

남겨진 이들은 이미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받아 삼킨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때의 학살자들은 세월이 흔적을 덮으면

기억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을까?


천만에.

당사자들은 여전히 과거에 갇힌 채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남겨진 이들 역시 죄책감과 분노를

자신들에게 투영하며

느리게 희생당하고 있는 중이다.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어렵게 끌어올린 그들의 고백과 회고는,

세월이 얼마가 지났건 간에 너무도 생생하다.

화려함이 희생자들의 기억을 덮어갈수록

화석처럼 단단해진 채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오히려 더욱 생생 해지는 것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담담하게 풀어놓기까지

그들은 안으로, 안으로

자신들을 갉아내며 버텼을 터.

그래서 그때의 학살은 여전히 그들 안에 남아

그들을 죽이고 있는 거다.


그나마도 더 늦기 전에

기억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그나마도 기억되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으면

그들의 희생은 영원히 화석이 되어

묻혀 버릴 뿐이니까.


모기에 살갗을 뜯기고 발목을 삐어가며

있는 그대로 공감으로 받아낸

저자의 마음까지 상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다.


그래도 저자는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몸과 마음에 아픈 역사와 과거를 새기는 일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가 남아 있는 이상,

저자는 그게 어디든, 그게 누구든

만나고 기록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 발걸음을 계속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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