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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ul 01. 2022

유혹과 책임을 인정하는 당당한 어른이고 싶다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를 읽고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원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중략)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 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중략) 그래도 이 모든 일에서 피해 갈 수는 없다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일어나도록 둘 수밖에 없는 일이 있어. 현실은 쓴데 입 속은 달다."(p.123~124)
“그의 빵에는, 잘못 사용하면 위험한 향신료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현재 대신 미래가 들어 있다.”(p.99)
“그가 손님들에게 주는 것은 등을 기대고 안주해도 좋은 행복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감이었다.”(p.82)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마주하기 꺼려한다.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고, 생각보다 답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을 달콤하게 유혹하는 것들은 정말 많다. 현실을 부정하고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단단한 방어막을 구축하게 만드는 유혹들이다.


유혹을 선택하는 것은 물론 자유다. 그리고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당장의 방어막을 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방어막이 나를 더 막연한 현실로 이끌거나 방어막 그 자체에 옭아맬 수도 있다. 이길 수 있는 힘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맡고 있는 점장은 누구보다 그 위험성과 책임감을 잘 알고 있다. 그의 빵이 유혹인 동시에 경고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니냐고? 아니다. 그 역시 유혹을 선택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짐짓 프로메테우스적인 영웅심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나마 책임은 지려고 노력하는 ‘어른’의 표상이다.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유혹과 현실 회피의 고민 앞에 놓여 있는 ‘모자란 어른’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우리는 과연 정말 ‘어른’인가. 적어도 ‘어른’을 지향하며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시작은 책임 앞에 맞서는 것에서 출발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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