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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ul 07. 2022

치유와 위로의 공간은 연대로부터 시작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클레이하우스, 2022)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이곳, 이 서점이, 영주에겐 그런 공간이다.”(10p.)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325p.)


은은한 커피 향기가 공간 한 조각을 채운다. 누군가가 정성스레 골라놓은 책들이 시선 한 조각을 잡아당긴다. 소곤거리는 것처럼 귓가를 스치는 편안한 음악 선율 한 조각도 빼놓을 수 없다. ‘휴남동 서점’이다.


매력적인 공간이다. 동시에 간절한 공간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책이 좋아서든, 커피가 좋아서든, 아니면 사람이 좋아서든 휴남동 서점을 찾는다. 그리고 회복과 치유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누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간다. 공간은 그러한 여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줄 뿐이다.


얼마 전 읽은 ‘불편한 편의점’과 어떤 면에서 보면 비슷한 공간이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수익을 창출해서 존속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치열한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편의점과 서점은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공간과 상황에 함몰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를 만나고 연대를 시도한다. 그리고 시나브로 서로의 결핍을 채워나간다. 목표나 목적을 두고 함께 바라보기를 강요하지 않는, 자율성에 기반한 느슨한 연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냥 서로 좋아하자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면 그만이다. 먼 미래의 결과까지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 사람, 분위기에 나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만으로도 회복과 치유는 시작된다. 그게 연대의 출발이다.


현실은 날이 갈수록 척박해진다. 꿈을 강요당하는 청춘들은 경쟁의 낭떠러지로 계속 밀려나고 간신히 그 낭떠러지에서 날갯짓을 할 수 있었던 ‘조금 앞선’ 청춘들 역시 언제 떨어질지 모를 불안에 휩싸인 채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날갯짓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발을 디딜 수 있는 땅 한 조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볼 새도 없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힘겨운 날갯짓. 잠시 멈춰도 된다. 생각보다 내가 발 디딜 땅은 까마득하지 않다. 대신 눈을 마주쳐보자. 말 한마디를 나눠보자. 휴남동 서점은 결국 우리 안에 존재한다. 연대 안에 존재한다. 눈을 돌리면 그러한 연대의 공간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연대의식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휴남동 서점과 같은 공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휴남동 서점과 갈은 사람도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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