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정도 쉬지 않고 개미로 살던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앞으로의 대책 같은 건 없었고 단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몹시 지쳐있는 상태였던 그 당시의 나는 돈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막연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10년간 열심히 일을 했으니 몇 년간은 내 맘대로 살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난 지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베짱이 2년 차가 되었다. 아직 글과 그림으로 수입이 발생하고 있진 않아서 며칠 전부터 하루에 3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계속 통장의 잔고를 사용하기엔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시 모를 미래를 대비해 조금의 돈은 가지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이렇게 무언가가 해보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걸음은 달팽이 걸음을 닮은 듯 느릿하다. 그래도 이젠 정확히 내가 무얼 하고 싶은지는 답을 찾았다. 작가 푸징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처음 한 일은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을 올리는 거였다. 짧은 글인데도 하루를 통으로 고민할 때도 많았고 다음날 읽어보면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글에 고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무조건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다였고 해보지 않으면 무얼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글자로 바꾸는 과정은 꽤나 어려웠다. 분명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것인데 막상 글을 써놓고 보면 의미가 잘 보이지 않거나 흐릿하거나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를 때가 있었다. 간절했던 나는 눈을 뜨고 있던 모든 순간에는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야 내가 생각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닮아있는 작가님들의 글을 찾아 읽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어량이 현저히 부족했기 때문에 같은 문장이어도 마음에 더 와 닿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채워야 했다. 그즘의 나는 북콘서트도 많이 쫓아다녔고 글과 관련된 모임도 찾아다녔다. 찾고 보니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고 나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아야 보인다는 말이 맞았다. 그동안은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살고 있었던 거였다. 그곳에서 나는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었다. 대형서점이 아닌 작은 독립서점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꼭 출판사를 통해야지만 책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출판을 통해서 책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사실도 이곳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느리지만 천천히 나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래서 드디어 2년 만에 작가 푸징으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 원고를 쓰고 책 표지를 만들고 직접 인쇄를 맡기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손길이 닿은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소중한 나의 책이 나올 예정이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완성을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것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책은 힐링 에세이고 제목은 나라서 미웠는데 이젠 나라서 좋다 이다.
프롤로그에 적은 내용을 소개하자면,
과거의 나는 상처를 쉽게 받았다. 철저히 혼자인 것 같아 외로운 날이 있었고 사람에게 마음이 베여 쓰라리고 아 쓰기도 했다. 아무 일도 없는데 울컥 눈물이 나 주저앉기 도 했다. 점점 작아지는 내가 초라하고 못나보여 슬펐다. 과거의 일기장 속 나는 힘든 밤을 많이도 보냈다. 마음을 다쳐 끙끙 앓으면서도 괜찮은 척 억지로 버텼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괜찮아지겠지 시간에 의지했다. 내 마음을 어떻게 품어주어야 하는지 나를 어떻게 이해해 주 어야 하는지 몰랐었다.
마음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던 밤은 얼마나 많았을까.
이제라도 나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괜찮아”
힘든 관계는 냉정하게 뒤돌아 서도 괜찮아.
참기만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해도 괜찮아.
때론 무심해도 괜찮아.
무엇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도 괜찮아.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비슷하게 닮아있는 점이 있다. 무슨일이 생기면 누구의 탓보다는 내 탓으로 돌리며 상처를 자신이 끌어안는다. 타인에겐 관대하면서 자신에겐 엄격하다.
자존감을 잃어버린다는 건 나를 사랑하는 마음도 잃어가 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불쑥 ‘이런 내가 싫다’라는 생 각이 든다면 자존감을 지켜내야 한다는 신호가 온 것이 다. 마음결이 고운 사람임에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지 않기를. 내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은 잃지 않기를 바란다. 타인으로 인해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의 글로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드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작은 바람을 적어보자면 내가 그랬듯이 누군가도 나의 글을 읽고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그것이 내가 책을 쓰고 싶어 했던 시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