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 때면 행복하고 싶다고 습관처럼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과도 같았다. 분노, 슬픔, 질투, 미움, 실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들 때 마음은 끝을 모르는 깜깜한 바닥으로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다.
마음이 밑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으면 활기차던 나의 상태는 손가락 하나 까닥이고 싶지 않을 정도의 무기력을 얻는다. 그럴 때면 할 일도 다 미뤄둔 채 이불속에 숨어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잠이라도 들면 좋을 텐데 머릿속은 잡다한 생각들로 꽉 차서 잠도 오지 않는다. 쓸데없이 부정적인 생각들은 마음을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끌어내리고 더 심한 날은 울기도 한다. 내가 꼭 끝나버린 것 마냥 안쓰러워서. 이런 마음을 우울이라고 말하는 거 같다.
어두운 감정을 감당하지 못해 번번이 내 심장에 내가 비수를 꽂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난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답은 손에 쥐어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또다시 제자리에 나를 세워두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번쩍 어두운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되면 괜찮지 않을까란 평범한 답 앞에 멈쳐섰다.
나에 대한 연민을 걷어내고 다정한 시선을 걷어내고 나에게서 한 발짝 멀리 떨어진 채 인간 ooo로서 나를 마주해야 했다. 밝은 모습 뒤에 숨겨둔 나 조차도 창피해하는 내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아야 했다.
피를 뿜어 대는 잔인한 장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좋은 모습일 때의 나를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반대편에 있는 못난 모습의 나도 나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잠시 동안은 나를 더 괴롭게 했다.
한 동안 말없이 화를 내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절망하고 있는 과거의 나를 바라봤다. 짠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곁에 있어주지 않고 나를 버려둔 채 도망가고 있는 나도 보았다. 그리곤 스스로의 심장에 비수를 꽂아데 고 있었다.
오랜 시간 나는 나에게 이런 방식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구나.
제대로 화내는 방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연습하고 싶다. 해가 뜨는 날도 비가 오는 날도 자연스럽듯이
어두운 감정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감정을 잘 절제해서 유연하게 흔들리되 넘어지진 않고 싶다.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노력 또한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될 거라 믿는다.
나를 구성하는 어두운 감정들을 자세하게 만나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