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어딘가쯤에 단단히 걸린 무언가가 있어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마을버스에 실려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햇빛이 반짝이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다고 무심결에 말하는 것처럼 순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뿐이었다. 기분이 좋다고 해서 무얼 하는 건 아니듯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도 무얼 하진 않는다. 다만 사는 게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낄 뿐이다.
그리고 난 알고 있다. 죽을 용기조차 없는 인간이라는 걸 말이다. 대신 생각 속에서 수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죽었다. 목에 줄을 칭칭 감고 폴짝. 발이 허공에서 대롱 거린다.
손톱을 칼인 것처럼 손목 위에 대고 긋고 또 그어본다.
물에 허우적거리다 꼬르륵.
높은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는데 이건 상상 속에서도 못하겠어서 포기했다.
평소 고소공포증이 있어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려 진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스스로 삶을 끝내는 상상을 하고 나면 엉망진창이던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심지어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아닐 수 있다.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데 당장 나의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 이게 아닌가 싶다. 언제든지 고통을 끝내고 싶다면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비장의 무기를 손에 쥔 것처럼 위로가 된다. 그래서 가끔 살려고 죽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이런 마음을 가까운 이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힘들다고 말하면 덜 힘들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나에게 기댈 마음을 내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이 들어도 누군가에게 전하진 않는다. 난 힘들다는 말이겠지만 나를 아끼는 이에게 굉장히 폭력적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한 뒤론 하지 않는다. 내가 아프다고 해서 마음의 무게를 상대에게 던져버리면 엉겁결에 무거운 마음을 받은 사람은 주저앉게 된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그들을 괴롭힐 마음의 의도가 전혀 없었더라도 괴롭힐 수 있는 것처럼 난 그랬다.
대신 찾은 방법은 참을 수 없이 괴로운 마음이 들면 평소 준비해둔 말을 반복적으로 해준다. 최대한 무심하게. 스스로를 동정하는 순간 정말 죽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한다.
"지금의 감정이 계속되진 않아."
"지금의 감정이 계속되진 않아."
저말로도 진정되지 않고 생각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며 무참히 공격해 오면 순간 나는 KO가 된다. 상상은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태를 떠오르게 하니 처참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또 준비해둔 말을 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마음은 이상하다. 무엇하나 해결된 것이 없는 데도 저런 말들을 뱉다 보면 마음에 걸려 불편하게 하던 것이
조금은 나아진다. 갑자기 기분이 상쾌해지고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죽고 싶다는 마음 정도는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