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으면 바라는 상황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본다. 마음이 간질간질 기분이 좋아진다.
기대는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자리 잡는다.
오늘 마음속에서 기대를 하나 끄집어냈다. 하지만 이내 최선을 다해 먼 곳으로 던져버렸다.
구체적인 상상을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내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해서다.
기대는 내가 바라는 것들을 상상하게 한다.
상상하는 잠깐의 시간 동안 행복하고 이내 일어나지 않는 현실 속에 마음을 다친다.
이브의 사과처럼 기대는 유혹의 독과 같다고 언젠가부터 생각하게 됐다.
기대는 내가 바란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나와 상관없이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미리 김칫국을 마시는 행동은 자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묵묵히 내 일상을 살아가다 좋은 일이 생기면 그때 마음을 다해 기뻐하면 된다.
바라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기대를 멀리 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나는 불쑥 마음속에서 기대를 끄집어낼 때가 있다. 그럼 한번 펼쳐보고 공기 중에 흩날려 버린다.
나는 흔들리고 싶지 않다. 지루한 일상을 나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