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라는 말이 붙으면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공중화장실 휴지가 그렇다. 사용할 만큼이 아닌 엄청난 길이로 뽑혀 대충 버려진 휴지들을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척을 떨던 누군가가 변기 위에 휴지를 둘러 사용한 것까진 좋은데 그것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나가버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뚜껑이 덮혀진 변기를 보면 뚜껑을 열 때까지 못 볼걸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 왜 물을 내리지 않고 떠나는 것인지 진짜 그 사람을 잡아서 직접 변기 뚜껑을 열게 하고 싶다. 과연 자신의 화장실 이어도 이렇게 더럽게 사용하고 휴지를 낭비할까 싶다.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까 궁금하다.
한국은 반찬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이 많다. 무료 리필을 할 수 있는 곳에는 "많이 드셔도 됩니다. 드실 만큼만 담아주세요"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외국에서는 놀라운 한국만의 문화다. 추가 반찬을 돈 내지 않고 제공해 주다니 말이다. 하지만 내 것이 아니어서 그럴까. 먹지도 못할 만큼 산처럼 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까.
자신의 것을 누군가 이렇게 함부로 사용한다면 분노할 텐데 자신의 행동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다.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뱉는 사람을 보면 누군가의 마음을 무료쯤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마음이 아니니깐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듯이 말이다.
문제를 문제로 인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 문제라는 것을 알면 고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데 문제라는 것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내 마음이 귀하면 타인의 마음도 귀하다. 내 것이 소중하면 타인의 것도 소중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문득문득 울컥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