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확인했다.
‘오후 4시 4분 선릉역 4번 출구 앞’
그는 익숙한 듯 문자 확인을 한 뒤 바닥에 몸을 눕히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남자의 이름은 혁수. 그의 직업은 택시 기사였다. 새벽에도 손님을 태워야 하기에 늦잠을 자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문자를 받은 날에는 해가 중천까지 뜰 동안 검고 긴 암막 커튼을 치고 배고픔도 잊은 채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움직인 건 오후 해가 구름에 살짝 드리우기 시작한 오후 세시였다.
검은 정장과 검정 양말까지 신고서 마치 어느 장례식장에 가는 모양새로 집을 나선 그.
집 앞 세워진 택시에 탄 혁수는 '빈 차' 표시등을 '예약중'으로 바꾸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은 도착지에 도착할 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혁수 시야에 선릉역이 보였다.
- 4번 출구랬지.
낮게 읖조리던 혁수는 이내 택시를 세웠다. 그의 눈 앞에 선릉역 4번 출구가 보였다. 혁수는 입으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조수석 아래 놓인 작은 가방을 열었다. 가방을 열자 오묘하고 음침한 향이 풍겼다.
- 윽
매번 맡아야 하는 향내는 어느정도 적응이 될법도 한데 혁수는 아직도 이 향이 낯설었다.
시계 바늘이 '딸칵' 소리를 내며 4시 44분을 가르켰다.
혁수는 택시에서 내려 4번 출구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