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by 솜이불


구름이 조용히 몸을 말았다.

햇살은 살며시 물러섰고

작은 물방울들이

하늘에서 조심스레 뛰어내렸다.


땅은 놀라지 않았다.

툭, 툭

며칠 전 꿈에서 본 듯

조용히 빗방울을 받아주었다.


나무는 말없이 팔을 벌리고

잎사귀들은 장난처럼 흔들렸다.

물웅덩이는 금세 생겨났고

거기엔 작은 세상이 담겼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빗소리는 엄마 자장가처럼

따뜻하고 조용했다.


모든 게 쉬어가는 사이

내 마음도 조용히 앉았다.

무거운 것도, 복잡한 것도

그 순간엔 전부 멀리 있었다.


비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하늘은 금세 웃음을 되찾고

햇빛은 물웅덩이를 반짝이며

작은 인사를 건넸다.


아주 짧은 이야기였지만,

한참을 머무는 평화였다.


나는 고요했던 그 순간을

조심스레 마음속에 접었다.



작가의 이전글그와 함께 걷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