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마치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처럼,
마음을 서서히 식혀놓는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손끝이 멈추고,
머릿속은 분주한데 마음은 자꾸 뒤로 물러선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앉아 숨만 고르다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세상이 커 보이고,
사소한 일도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때는
억지로 애쓰지 않기로 한다.
물을 머금은 땅이
스스로 마르길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히 흘러나가게 그대로 둔다.
마음속 파도가 출렁여도
모래 위에 새겨진 발자국처럼
살며시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게 둔다.
불안은 멀리서 스며드는 바람 같지만,
내 안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
나를 쉽게 흔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가끔은
산책 한 걸음,
따뜻한 차 한 모금,
그리고 고요한 한숨이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불안은 머물지 않는다.
결국, 나를 지켜낸 마음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