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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ug 05. 2019

팜토밈 씨어터의 희망의 빛

최지영의 공연읽기 1

한국 아시테지(ASSITEJ KOREA/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주관하는 2019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가 시작되었다. <희망의 빛>은 개막작으로서, 스웨덴의 팜토밈 씨어터의 작품이다. 이 극단은 스톡홀름에 위치한 마임극단이라는 설명이 여름축제 자료집에 잘 설명되어있다.


27회째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아동청소년극축제인 아시테지 여름축제는 매년 7월 중하순에 열리기 시작한다. 필자 역시 이 협회의 회원으로서 늘 이 축제를 기다리며 특히, 개막작은 빠지지 않고 보려고 노력한다. 세계적인 아동극의 흐름을 짚어볼수 있기도 하고, 오히려 성인극에서는 줄 수 없는 투명하고 신선한 연극의 현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중에 공연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안내에서 4가지 사항을 가지고 연극보기를 권장한다. 

첫째, 연극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둘째, 연극 속에서 본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되어 있었는가, 셋째, 그 요소들이 연극의 주제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이었는가. 넷째, 그래서 이 작품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다. 첫째 무엇을 보았는가

우선 무대에는 중앙에 긴의자가 놓여있고, 군데군데 박스들이 쌓여있으며, 전체적인 색감은 회색빛을 띠고 있다. 완전히 사실적이라기 보다는 미지의 공간같기도 하고, 지하나 동굴같은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안락한 한 가족의 집안이라기 보다는 뭔가 불안하고 임시적인 공간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엄마와 두명의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마임극단이라는 명성에 맞게 극의 흐름이 배우들의 대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간의 움직임의 주고받음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암전은 있으나 무대전환을 위한 암전이라가 보다는 정서적인 효과를 위해서 사용되고 있으며, 장소의 변환은 배우들이 움직이며, 무대안의 박스들을 재배치하고 새롭게 구성함으로서 새로운 장소로의 이동임을 보여준다.

음악과 음향효과, 그리고 배우들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면서 극의 흐름과 정서의 흐름을 고조하고 이어나간다. 언어가 배제된 극에서 이러한 소리의 요소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판단된다.

두명의 배우는 지속적으로 형제의 역할을 수행하고, 한명의 배우는 엄마, 형제들이 여정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물로 계속 변신하여 연기한다.


둘째, 연극속의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연계되고 작용하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언어없이 배우들간의 움직임, 주고받음 속에서 발생하는 리듬을 통해, 특히 형제들의 마음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움직임과 공간배치, 소품의 활용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계속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형제들의 모습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다. 중간에 후반부 벽에 그림자극을 활용해 형제들이 힘들게 산길을 헤쳐나가는 모습도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다소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움직임, 소리, 공간의 배치, 박스 속의 전등 활용 등의 연극적 요소들이 5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속에 효과적으로 배열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이러한 방식은 대본을 써서 외우는 방식이 아닌, 3명의 배우들이 소품과 움직임, 공간배치 등을 즉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앙상불이 만들어진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즉흥을 통해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제 아동극에서는 고전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은 늘 진솔하고 본질적으로 극에 몰입하게 하는 매우 아름다운 연극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연극의 요소들이 전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이었는가

관객으로서 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위에 열거한 연극적 요소들에 몰입하면서,  "아 이 형제가(남매같기도 하다) 집을 떠나 계속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이동해가는 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인식의 흐름은 난민이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된다. 구체적인 줄거리의 나열이 아닌, 움직임과 연극적 요소의 앙상블을 통해서도 충분히 난민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의 힘겨운 여정에 몰입하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과 소품, 움직임, 조명, 음악적 효과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표현도 매우 인상적이고 재미있다. 특히 계속 다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명의 배우가 다른 색감, 제스처, 아이들을 대하는 반응의 차별성 등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적지않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이 작품은 좋은작품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고보니 공연시작과 함께 무대정면에 샤막과 같은 것이 설치되어있고, 그 샤막을 통해 마치 네온싸인 같이 빛이 계속 아래로 흘러내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면서 움직임의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보니 나름대로 그 흘러내리는 빛이 바로 아이들의 마음 속에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을 상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주변과 세상과 반응한다. 어떤 정답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현장에 반응하면서 배워가고 성장하면서 전진해나가는 존재가 아닌가! 이러한 어린이성은 그야말로 어느곳에 무엇을 하던지 삶을 역동적으로 지탱해가는 희망의 빛이 아닐까? 이 공연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캐릭터, 공간배치, 소품의 활용 등 다양한 연극적 요소들을 연계하고 이어가면서 이러한 어린이성을 표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살짝 식상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본질적인 힘과 인간의 존엄함에 대해서 몰입하고 사고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이 작품을 나를 미소짓게 하였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그 희망의 빛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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