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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ug 21. 2019

무대와 오브제가 함께 말을 걸어온다: 루루섬의 비밀

최지영의 공연읽기 2

'루루섬의 비밀'은 예술의 전당 어린이 가족페스티벌 세개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었다. 예술의 전당 어린이 가족페스티벌은 비슷한 기간에 아시테지에서 개최하는 아동청소년 국제공연예술축제와 함께 수준높은 어린이 연극잔치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아시테지가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러가지 체계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예술의 전당쪽은 소수의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해에는 캐나다의 놀이음악극, 서울발레씨어터의 작품과 함께, 세번째 작품으로 우리나라의 예술무대산과 일본의 그림자 전문극단 카카시좌의 공동제작 인형극으로 제작되었다. 2019년 8월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필자는 8월8일 목요일 11시 공연을 관람하였다.



이 작품은 유아와 초등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모험극으로서의  아동극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주인공 하루가 도시의 집을 떠나 발명가 할아버지가 살고있는 루루섬으로서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검은 고양이 마루,  뱀, 부엉이, 돼지, 닭 등 동물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이 친구들과 함께 루루섬에 숨어든 해적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우선, 무대에는 특별한 장치나 배경없이 커다란 하얀천이 관객들 눈에 들어온다. 공연이 시작되면, 이 천은 이야기의 서사를 전달하는 스크린으로, 바다, 동굴, 배 등으로 변형되기도 하면서, 공간과, 시간, 이야기의 환경을 설명하고 표현하는 기본적인 배경이 된다. 무대가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며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단순한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역동적인 모습을 펼쳐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되기도 하고, 캐릭터들의 테이블 셋팅이 되기도 하며, 그 자체가 바다, 배, 동굴 등을 표현하기도 하며, 그야말로 계속 변화되는 공간과 환경을 품어낸다. 기술적으로도 이 천의 재질이 매우 궁금했다. 딱 천과 종이의 중간정도의 재질이라고 할까? 종이처럼 쉽게 구김이 가지도 않고, 천이가진 필요이상의 너울거림도 없었다. 너울거림과 고정되는 정도가 매우 적절해서, 배경으로서의 안전함과 더불어 환경의 역동을 창출해내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였다.



여기에 매우 섬세하게 제작된 오브제들과 캐릭터 인형들이 더해진다. 캐릭터 인형들은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사람 크기로 등장하기도 하고, 테이블 위의 아주 작은 인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하루는 마치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키는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지만, 그 삐삐 보다는 훨씬 소담하고 정서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이이다. 여기에 고양이 마루, 돼지, 뱀 등의 캐릭터들이 오브제로만 등장하기도 하기도 하고, 배우들의 조정을 통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실제 배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배우들은 그야말로 인형들의 조정자로, 그리고 전체 극의 앙상블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그러는 동안 관객들은 무대위의 오브제와 캐릭터 인형들에게 몰입하며, 그들의 여정을 쫒아가게 되는 것이다.  관객으로서 무대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무대위에서의 역동을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움직임때문이었을 것이다. 공동제작이라는 이름을 매우 성실히 구현해내고 있었다. 기술적인 협업을 떠나서 한국과 일본의 배우들이 함께 연습하고, 앙상블을 만들어내어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어, 배우가 아닌, 무대의 앙상블이 온전히 보여지는 무대를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진정성 또한 느껴졌다.


이야기의 서사와 여정을 전달하는 방식 역시, 대사가 아닌, 무대위의 모든 오브제들과 캐릭터들의 쫀쫀한 움직임의 주고받음을 통해 표현된다. 물론 대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쁘다" "싫어" 등의 아주 간단한 단어들이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그때뿐이다. 일본의 그림자 전문극단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그림자 영상과 환영, 애니메이션 등이 커다란 천에 투사되기도 하고, 천과 함께 모든 오브제들이 함께 역동을 만들어내며 무대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앙상블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테이블 인형극처럼 전통적이고 사실적으로 인형들의 움직임을 담아내기도 하면서 루루섬의 비밀은 펼쳐지고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여정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어린이들)은 오롯이 그 경험을 함께 하면서 자기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할까? 오브제와 오브제들의 역동이 조합되거나 흩어지며, 그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러한 시각적인 몰입은 훨씬 더 본질적인 정서의 교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느껴졌다.




이와함께, 필자가 예술무대 산의 작품들을 주목하는 것은, 극단명에서도 표방하듯이 무대위의 모든 장치들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된 모든 소품들 하나하나는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작되었으며, 그것이 표방되는 이미지, 색채, 음악과의 조합 등이 한데 어우러져서 하나의 이야기이자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서의 잔상이 머리 속에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가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다시 이미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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