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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Sep 21. 2019

교육연극,  응용연극
그리고   커뮤니티 씨어터

예술교육 연구일지, 그 두번째

   우선, 교육연극의 세계에 입문하기 까지의 여정들~


1994년에 '역할연기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나는 교육연극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그런데 논문을 쓰기전, 연극연출자가 되고자 하는 이상을 품고 극단 전망의 창립단원으로 조연출, 무대감독으로서 경험을 쌓고 있었다.  

아~ 옛날이여~~~~

창단작품, 정복근 작 <표류하는 너를 위하여>(1989년이 아마 맞을 것이다)를 시작으로 무대를, 공연을, 제작과정을 익혀나가고자 했다. 나는 조연출과 무대감독을 주로 겸하면서, 연습기간에는 조연출로 공연기간에는 무대감독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 당시, 배우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 있었다. '쪽지의 여왕' 그 이유는 매 공연이 끝난후, 연습과정에서 합의한 내용들, 공연도중에 발생한 문제들, 배우들이 생각할 거리 등을 포스트 잍에 적어서 배우들 자리에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황당해하며 쳐다보시던 배우분들이 나중에는 "오늘은 내거 없어?"하며 찾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 기간동안, 내게 연극은 어떻게 정리되었을까?


"작품과 배우와 스텝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어서 관객을 만나는 작업이다.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미학적으로나 메시지적인 면에서는 그 전에 완벽한 합의와 무대에서의 앙상블이 필요하며, 그래서 성실한 연습이 필요하다. 관객들을 만나기 위한 완벽한 작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도로.


그래서 나는 그렇게 '쪽지의 여왕'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했던 것이다. 완벽한 합의와 앙상블을 최대한 독려하고 유지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데 내 역할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작품은 사라지고 쪽지만 남기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을 갓 졸업한 애송이로서 경륜있는 배우들을 쪽지의 여왕으로서 통제?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극단에 들어오면서 품었던 연구에의 열망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오기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과감히 결단하고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제대로 연극을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입학면접이 생각난다. 한분이 그러셨다. "연극이론 공부하려고 하는 거죠? "

"아니요, 저는 현장에서 연출을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나고, 난 1990년 9월학기에 연극공부를 시작하였다. 난 연극영화학과 출신이 아니다. 그래서 그때의 시간들은 그야말로 설레임과 기대로 시작하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안민수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서, '연극을 관통하는 힘'에 대해 영감을 받으며, 그래, 내가 저 힘을 찾아낼 것이다라는 의지를 불태웠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내가 날, '연극지진아'라고 낙인찍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원을 입학한 후, 대학원에서는 이론과 함께 공연실습을 제대로 하자는 열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실제로 대학원 등록금 안에는 실습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항목을 제대로 실습비로 써보자는 움직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서 대학원 실습공연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실습공연의 연출로 이제 1학기생인 내가 결정된 것이다. 왜 그랬지?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이건 선배들의 농간?이었다. 가장 만만한 1학기생을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앉혀놓고 온갖 잔소리와 실력행사들을 해대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품분석이라는 명목하에, 내가 하고 싶어했던 작품이 아닌, 함세덕의 산허구리를 하는 것이 대학원 실습공연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하여간, 그 당시 난 수없이 많은 시어머니들 사이에서 방황하며 이를 악물고 그 시간들을 버텨내려고만 했던 것 같다. 작품자체에 대한 기억보다는, 선배들 사이에서 힘이없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나를 뒤덮었었다. 그 실망과 분노는 날 심한 열병으로까지 몰고갔던 고통의 기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한가지 내 자신에게 기특했던 것은 그래도 내가 중도포기하지 않고, 대학원실습작품을 끝냈다는 것이다. 그때 나를 버티게 해준 한마디는 "그래도 포스터에 연출은 최지영, 너야."라는 것이었지. 이 시기에 내게 연극은 어떻게 정리되었을까?


"연극은 아무나 하는 작업이 아니다. 안 선생님 말씀처럼 작품을 관통하는 안목과 함께, 그 안목을 모든 스텝과 배우들 사이에서 설파하고 논증하고 더 나아가서 안목에 권위를 실을 수 있는 힘을 탑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연극은 작업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확 눌러버릴 수 있는 권력과 힘이 필요하다."


아~ 나는 비참했다. 나름대로 연출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난 작품을 관통하는 힘에 대한 안목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지고 주변사람들을 통제할 수도 없는 연약한 사람일 뿐이라고. 난 연극지진아다. 고로 난 연극을 할 수 없다. 연출가의 꿈은 접어야겠다. 아, 이제 뭐하지.... 그래서 휴학해버리고..... 그당시 해외여행자유화의 흐름을 통해, 한달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오게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졸업은 하고싶었다. 그래서 돌아와서 '브레히트'를 주제로 논문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복학하고 들어간 수업에서~~~, '드라마 테라피'라는 용어를 들었다. 아마 역시 돌아가신 김흥우 교수님이 잠깐 흘리신 표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부터 '드라마 테라피'라는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게 있어서 연극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기억이고, 그저 버텨내었다는 것만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데, 뭐라, 드라마로 테라피, 치료가 된다고? 어떻게 ? 어떻게 ?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때까지 내게 연극은 '공연' 그 자체였다. 하나의 무대공연을 만들기 위한 모든 과정이 응축되어 있는 예술형태. 그리고 그 '공연'을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관통하는 힘을 가져야만 하는, 내겐 근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전문가, 달인들의 세계! 그리고 연극(공연)을 하기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제압해낼 수 있는 카리스마가 필수라는~


그러나!

논문을 쓰는 과정 속에서, 난,  연극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연극과 나에 대해, 그리고 연극을 통해서 나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공연을 만든다는 것에, 관객과 소통한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씩 조금씩 그 본질을 정리하며, 회복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통으로 '연극'이라고 부르는 영역(세계) 안에는,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서 완성해나가는 무대제작과정으로서의 공연(theatre)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와함께,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보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는 드라마(drama)의 세계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실제로 극적행위는 인류와 함께 시작되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이전에 하나의 놀이로, 공동체의 집단의식으로 존재해왔던 것 아닌가? 우리가 희곡(drama)이라고 명명하며, 주구장창, 작품분석, 인물분석, 작품의 카타르시스를 분석해대었던 그 수많은 대본들도 곧, 행위의 점철 그 자체로서, 배우들이 움직이게 하는 출발점이었던 것 아닌가? 물론 희곡을 아직도 하나의 성전으로 인식하며 그대로의 재현을 목표로 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분명 희곡은 배우들의 행위를 통해서만 완성되어지는 행위의 예술이자, 하나의 문학장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극을 미학작품으로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매체이자 개념, 이론으로서 접근해가는 '교육연극(Educational drama & theatre)'라는 구체적인 학문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내게는 정말 큰 위안이지 새롭게 세상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연극지진아가 아니라, 연극이 가지는 좀 더 많은 가능성의 기회를 내가 갖지못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나도 연극과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새로운 인식을 통한 회복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교육연극의 세계에 입문했다.



  연극교육?  연극의 교육적 활용?  교실드라마?


내가 교육연극의 세계에 입문하며 가장 먼저 만난 서적은 HANDBOOK OF EDUCATIONAL DRAMA AND THEATRE(Robert. J. Landy, 1982)이다. 청주대교수로 퇴직하시고, 한국교육연극학회 1대회장을 역임하신 조병진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었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1장: 학교를 환경으로 하는 교육연극 (The School as an Environment for Educational Drama and Theatre)

2장: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연극 (The Community as an Envionment for Educational Drama and Theatre )

3장: 아동극 (Theatre for Young Audiences)

4장: 인형극(Puppetry in Education)

5장: 교육연극의 전망 (Opportunities and Prospects in Educational Drama and Theatre)


1장안에는 학교안에서의 교육드라마(Educational drama)와 TIE(Theatre-in-Education) 학교공연(The School Play)이 포함되어있고, 2장안에는 박물관, 교회, 커뮤니티안에서의 갈등해결,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테라피, 장애인과 노인, 지역공동체 안에서의 연극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3장과 4장에서는 관습적인 아동극과 인형극을 좀 더 교육적 환경과 연령대를 대상에게 어떻게 적용할것인가에 대한 관점으로 다루고 있고, 마지막 장에서는 교육연극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으로 책을 마감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연극이란 무대예술을 목표로 하는 공연예술의 대안활동 모두를 수용하는 개념이자, 예술장르이자 방법론으로 내게는 다가왔다.


1994년 '역할연기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연구'로 논문을 쓴 후, 난 그야말로 매우 활발히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였다. 1999년 <연극놀이 연구소 놀者>를 만들기 까지, '사다리 교사연극모임'(1994-1996), '여해주관(경동교회 내) 주일학교 및 교사연극교실'(1997), '극단 연우 연극교실 강사'(1997), '어린이도서연구회 연극놀이 워크숍'(1997), '성심여고 연극반강사'(1996), '한국예술종합학교 고등대상 연극실기과정 강사'(1998) 등 정말 눈만 뜨면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내어 진행하였다. 교육연극의 세계에 입문했다는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어린이, 교사 등의 참여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작업과 이론에 대한 탐구를 넘나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나는 한예종 전문사 아동청소년극 전공 1기로 입학해(1999) 본격적으로 아동극과 교육연극에 대한 실습과 탐구를 이어가게 되었다. 나는 토종 교육연극 1세대로 지칭되곤 한다. 그 이유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교육연극을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연구와 활동을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94년에 쓴 '역할연기의 교육적 활용에 관한 연구'는 연극영화학과에서 배출된 공식적인 교육연극 1호 논문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활동함과 동시에 이 논문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교육연극 전공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예종 아동청소년극 전공의 시기는 활발한 활동과 함께, 내가 받아들인 교육연극의 개념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검증하기 시작한 여정의 본격적인 출발이 된 것이다.

그 당시, 학계에서는 교육을 위한 연극이냐, 연극을 위한 교육이냐의 등의 논지로 계속 혼란스러웠고, 교육연극의 개념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접근과 담론이 정리되기 보다는, 외국에서 돌아온 전공자들의 개인적 관점에 의해서 전파되는 단편적인 개념들로 인해 매우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시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솔직히, 국립대학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에 아동청소년극 과정이 생겼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2000년 한예종에서는 <연극의 이론과 비평> 창간호를 발간하였고, 여기에서 한예종의 최영애 교수는 '연극놀이의 개념과 실제'라는 글을 발표하며, '연극놀이'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였다.


왜 '연극놀이'가 중요한 것인가?

교육연극이 전파되고 자리잡는 과정에서, 무수한 개념의 혼란들 속에서, '연극놀이'는 우리나라의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전파되고, 현장전문가들사이에서 생명력을 키워가기 시작한 용어이자 개념이기 때문이다.  '연극놀이'는 최영애 선생님이 'creative drama'를 '창의적인 연극놀이'로 소개하며 전파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은 '연극놀이의 개념과 실제'에서 최영애는 연극놀이를 드라마(drama), 창의적인 연극놀이(creatieve drama), 디아이(D.I.E.: Drama in Education)를 모두 수용하는 개념으로 정리하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전문가들과 교육연극 강사들은 실제적으로 이끔이로서, 전문성을 갖추어나가기 위한 프로그램과 개념에 대한 성찰이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연극놀이란 연극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조기 연극교육에서 중요한 분야이나, 연극과는 연속개념 안에서 서로 넘나들며 교류되기도 하는 복합적 개념으로 연극적 놀이를 활용한 간단한 엑서사이즈부터 연극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즉흥를 이용한 모든 과정중심의 연극적 활동을 의미한다." (최영애, '연극놀이의 개념과 실제', 연극의 이론과 비평 2000창간호, 105쪽,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발간)


이 정의는 나에게도 핵심적인 영향을 주었고, 내 자신이 교육연극 전문가로 성장해나가는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다. 이를 통해, 나 자신도 '연극놀이'에 대한 나의 정리를 할 수 있게되었다.


" 연극놀이란 놀이-연극놀이-연극이라는 연속개념 안에 위치해 있는 과정중심의 연극이며,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하는 과정이 아닌, 참여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즉흥적이며, 창의적인 예술활동으로서, 드라마 스페셜리스트(연극놀이 이끔이)에 의해서 이끌어지는, 간단한 연극게임으로부터 연극만들기까지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연극활동"( 최지영, 드라마스페셜리스트가 되자-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 연극과 인간 발간, 2007년 초판 발행,  2019 수정판 3쇄,  28-29쪽)


이때 탐독하고 연구했던 서적들 중 내게 영감을 준 책들을 소개하면,


- 연극놀이(creative drama)의 창시자인 위니프레드 워드(Winifred Ward)의 Playmaking with Children

(1957)

- 교육연극의 대모인 도로시 헤스코트의 구성주의 이론을 기반으로 DIE(Drama in Education)의 개념과 철학, 방법론을 편집, 정리한, Dorothy Heathcote: collected writings in education and drama (1988)

- 교육연극을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학문과 연계하여 성찰한 리차드 코트니(Richard Courtney)의

play, Drama & Thought: The Intellectual Backgroud to Drama in Education(1974)

- 헤스코트의 파트너로서 교육연극의 이론을 집대성한 개빈 볼튼(Gavin Bolton)의 Towards a Theory of Drama in Education(1979)


이렇듯 분명, 교육연극은 교실, 어린이들과 연계된 환경을 기반으로 탐색되어온 학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어떤 탐색과정에서도, 연극교육을 위한 하위도구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거나, 교과학습을 위한 개별적인 방법으로만 다루어져 오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오히려 연극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의 본질에 대해, 극적행위 그 자체에 대한 탐색으로, 그리고 그 극적행위가 한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위해 어떻게 관계맺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매우 치열하고, 구체적인 도전이자 성찰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교육연극이 다루는 핵심 키워드가 도출된다고 본다.


  # 과정중심

  # 참여자중심


실제로 교육연극 연구자의 가장 중요한 자세는 자신이 원하는 연극의 상을 만들고 그것을 전파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만나는 대상에 대한 연구와 그 대상과 공유할 수 있는 연극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실행해내는 것이리라! 이러한 고민과 실천의 자세를 바탕으로 본 연구자는, 10년의 간격을 두고 두개의 논문을 정리하게 되었다.


- 문학작품을 활용한 과정중심의 연극만들기: 연극지도교사 교육과정을 위한 (2004)

- 과정중심연극으로서의 교육연극의 특성 연구: 참여자들의 자발성창출을 위한 구조분석을 중심으로(2014)


교육연극에 대한 많은 개념정리들이 난무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내가 받아들이고 있는 교육연극의 개념을 정리해보면, 


" 교육연극은 인간의 삶에 적용되는 다양한 드라마(drama)와 연극공연(theatre)의 접근방법을 구체적으로 규명해내려는 시도"로부터 출발한 학문이자 예술양식이다 (Robert J. Landy, 1982)


실제로 교육연극에 대한 탐구를 하는데 있어서 '연극'이라는 학문이자 영역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통으로 '연극'이라고 부르는 영역에는 어린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놀이로부터 관객과 배우가 분리된 형태의 공연예술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미국아동극협회(Children's Theatre Association of America: CTAA)는 1976년부터 1977년까지의 긴 회의 끝에 참여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연극의 영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이처럼 연극의 영역 속에서는 참여자들이 실제로 체험해보는 영역(to do)과 보면서 반응하는 영역(to see)이 모두 포함되며, 이러한 드라마/연극 연속체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연극 프로그램의 다양한 가능성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자야말로 교육연극 전문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극을 통한 교육'에서 '연극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로~ 확장, 확장!!!


2007년은 내 연극여정에서 매우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주로 현장에서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던 내가, 연구자로서, 그리고 연극놀이 컨설팅 전문가, 그리고 예술교육감독으로서의 첫발을 띠게 되었던 해이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동안 나는 서울문화재단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서 TA(Teaching Artist)를 양성하고 파견하여 사업 안에서 교육 컨텐츠를 운영하는 연극분야 책임교수(MTA: Master for Teaching Artist)를 맡게 되었다. 이후부터 나는 현장에서의 연극놀이 관련 프로그램 실행과 함께, 다양한 공모사업- 토요문화사업, 지역특성화사업, 시민예술사업 등- 에서 컨설팅 및 모니터링 전문가로 활동하였다. 또한 요즘들어서는 주로 예술교육감독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예술교육감독'이란 하나의 문화예술교육사업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양성과 예술교육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잡아가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있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공연, 교육연극 관련 공연에서 대상에 대한 접근과 공연과의 연계, 공연 속에서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목표를 잡아, 공연진 전체와 공유하는 역할을 담당해나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동극의 경우, 주로 학교로 찾아가는 순회공연이 매우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극단과 학교간의 매칭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술교육감독은 공연안에서는 '드라마터그'와 같은 역할도 수용하며, 프로그램과 공연의 교육적 방향성, 대상과의 연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성찰하며 실제 프로그램과 공연에서 이러한 성찰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기능을 하는 기획자적인 성격도 담당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2019 - 아시테지 주관 지역아동극축제 순회공연과 공연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

       - 노인분야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지역문화 플랫폼 프로젝트'

         (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8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관 '노인 요양시설 전통예술프로그램 지원사업'

       - ACC(광주 아시아예술의 전당) 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 지원사업 Team Teacher

       - 지역문화 복지기관 네트워크 허브 프로젝트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7 -서울시교육청 협력종합예술활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교복입은 예술가'


위의 사업은 최근에 본 연구자가 '예술교육감독'과 컨설턴트로 참여한 사업들이다.

이러한 활동과 연구를 통해서, '연극을 통한 교육'이라는 영역과 분야가 전통적인 학교와 교실에서 점점 확장되어감을 실감하고 체감하였다. 실제로 올해 참여하고 있는 지역아동극 축제 사업은 아동극단이 학교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공연과 함께 연게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공유하는 사업이다. 프로 아동극단들이 공연장이 아닌 참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작년에 진행했던 '노인 요양시설 전통예술프로그램 지원사업'은 전통연희자들이 노인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통연희 공연 및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이끌어내는 사업이었다.  이렇듯 이제는 '연극에 대한 활용'이 그 환경, 대상, 목적에 따라서 다양화되고,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문화으로 확대, 확산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라고 하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는 크게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문화에술교육의 현장과 학교 박의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나누어진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예술강사파견사업을 중심으로 초, 중, 고등학교에 예술강사를 파견하여, 학생들이 예술체험을 하도록 돕고있다. 이와함께 노인, 장애인, 지역아동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강사 파견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예술강사 파견사업과 함께 지역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모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다. '토요 꿈다락', '지역특성화', '시민대학' 등등등


2000년대부터 '연극을 통한 교육'에서 '연극을 통한 보다 다양한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대한 개념과 담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념, 담론과 함께 소개되기 시작한 용어가  'Applied drama/theatre ' 이다. 'Applied' 라는 단어는 실용, 적용, 활용, 응용, 수용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연극활동가들이 다양한 대상, 공간, 환경, 목표를 가지고 연극을 실험하고 성찰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활동가 속에는 예술교육전문가 뿐만 아니라,  일반 공연에술가들의 접근과 접목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점에서 'Applie drama/ theatre'는 무대공연을 목표로 하는 연극작업 외, 응용되어 활용되는 대안활동을 통틀어 총칭하는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응용연극'이라는 용어 또한 확산되며 자리잡아가고 있다.


'응용연극'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탐독해야 할 서적으로는


  - 한국에도 방한해서 워크숍을 가졌던, 필립 테일러 (Philip Taylor)의 Applied Theatre: Creating Transformative Encounters in the community (2003). (시민연극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 2009)

 - 이와함께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할 책으로, 헬렌 니콜스(Helen Nicholson)의 Applied Drama: the gift ot theatre. 를 추천한다. 이 책에서는 연극을 공연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을 넘어서기 위해서 Applied Drama라는 제목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교육연극'이름으로 통칭되었던 이 학문의 용어는 매우 다양한 개념과 정의로 소개되어왔다.

Creative drama, Drama in Education, Thetre in Education, process drama

이들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교실에서의 드라마 적용과 공연의 대한 실험과 확장에 대한 용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성장연극( Theatre for Development), 참여연극( Participation Theatre), 사회극(Social Theatre), 공동체연극( Community Theatra) 등의 용어와 개념들이 정리되고 소개되었다.


"우리나라는 '창의적 드라마', DIE, TIE, '과정드라마'를 모두 '교육연극'이라는 용어로 통칭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념적 혼란과 영역간의 다툼이 발생했으며, 교육연극이 가지는 모호성과 복합성으로 인해 용어와 개념에 대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서 교육연극을 대체할 수 있는 용어인 '어플라이드 연극'이 다양한 개념과 이론, 방법론을 통칭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최지영, '과정중심연극으로서의 교육연극, 연극과 인간, 2016, 22쪽)


어플라이드 연극(응용연극)이 소개되고 자리잡아가는 과정 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는 용어가 있다. 티칭아티스트 (TA: Teaching Artist)이다. 현재 이 용어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되었다. 그리고 전에 사용하던 '예술강사'라는 용어보다 특히 현장 전문가들이 더 애호?하는 개념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널리쓰이는 만큼, 그 개념과 역사적 맥락 등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정리되어 있는가?

본 연구자는 매우 다양한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학교예술강사 및 사회예술강사 그리고 다양한 공모사업의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체감하는 것이, 현장의 이끔이들이 자신들을 너무도 당연히 '티칭 아티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술강사'라는 호칭은 예술가 혹은 교육자로서의 전문성이 부각되기 보다는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개념화되는 용어였다고 할 수 있다.


" 인식론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추상적이고 복합적이며 여전히 포괄적인 정책사업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제반 활동을 상징함과 동시에, 존재론적으로는 그러한 행위를 실행하는 주체로서의 전문직업 군" (김병주, 2011)


"사람들이 예술활동에 참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 촉매, 지도하고자 하는 이들이며 본인의 예술적 재능을 바탕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교육활동을 선택한 자"(사회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분석연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11)


이에 비해 서울문화재단은 보다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서 '방과후 보육교실 예술교육 프로그램(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본 연구자는 2007-2009년까지 MTA:Master for teaching arist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을 시행하는 과정 속에서 도입, 심화,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서울문화재단이 '미적체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한 것이다.


" 진지하고 심오한 감동을 주는 어떤 대상에 대해 특별한 방식으로 주목함으로써 감응하고 동시에 이것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게 되는 상태"(서울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체계 구축방안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보고서, 2011)


이러한 실험과 성찰의 과정 속에서 티칭아티스트에 대한 개념정의도 이루어졌다.


"예술 언어에 대한 이해 및 통합적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교육학적 기술을 겸비한 자로서 학습자를 삶에 대한 미적 체험의 기회로 안내하는 자" (서울문화재단 창의예술교육체계 구축방안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보고서, 2011)


티칭아티스트 관련해서 주목해서 탐구해야 하는 전문가로는 시실리 오닐(Cecily O'Neill)과 맥신 그린(Maxine Greene)  을 추천한다. 

- Variations on a Blue Guitar: The Lincoln Center Institute Lectures on Aesthetic Education

  (2001, 불루기타 변주곡으로 번역 출간, 2011)

- Structure and spontaneity: the process drama of Cecily O'Neill (edited by Taylor & Waner, 2006, 시실리오닐의 교육연극의 번역 출간, 2013)


본 연구자 또한 토종 교육연극 1세대로서 맨몸으로 교육연극 전문가의 길을 밟아오며, 그 정체성과 전문성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서울문화재단 연극책임교수(MTA)로서도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 본 연구자는 스스로를 드라마를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드라마 스페셜리스트'가 되고자 한다.


"드라마 스페셜리스트(연극놀이 이끔이)란 끊임없이 연극예술가와 교사로서의 역량을 쌓아가면서도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새로운 전문가의 영역이다" (최지영, 드라마스페셜리스트가 되자, 2007초판, 2019수정3쇄, 34-35쪽)


-> 여기서 중요한 점이 전체적인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안에서 '티칭아티스트'란 예술가와 교사의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전문가라는 것이다. 방법론적인 기능만을 접목하는 직업인이 아닌, 인문학적, 사회학적, 미학적 체계와 실제적인 기획능력과 방법론을 모두 탑지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융복합적인 전문가라는 점을 인식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티칭아티스트'는 전문예술교육가, 가르치는 예술가 등의 용어로 불리우다가 요즈음은 '예술가교사'로는 용어로 점차 정착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티칭아티스트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과 개념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본 연구자가 2018년에 발표한 논문 " 학습으로서의 드라마에서 예술로서의 드라마로 나아가기- 티칭아티스트의 개념형성 및 토착화과정을 중심으로"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의미에서, 2014년의 박사논문 '과정중심연극으로서의 교육연극의 특성연구'를 통해서 교육연극전문가의 체계를 다음과 같이 3가지의 구조로 정리하였다.


첫째, 드라마전문가중심구조

       이는 드라마전문가(연극놀이 이끔이/ 티칭아티스트)가 교육연극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기획한 후, 그 틀에 참여자들을 초대하는 구조이다. 이 구조는 참여자들의 실제행위와 즉흥이 기본이 되지만, 이러한 구조자체를 드라마전문가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저학년들을 연극놀이 수업, 과정드라마 프로그램 등에서 주로 활용된다.


둘째, 대상자중심구조

       이는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이 결국에는 그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완성해내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연극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과의 시작은 이끔이들이 소재와 연극참여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청소년연극에 있어서는 일단 시작되어 소재에 대한 적응과 장면만들기 등이 정리되면, 그 이후는 참여자들인 청소년들이 직접 주도하여 한편의 연극을 완성해내게 된다. 이는 아마츄어 성인이나, 일반 시민들의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혹은 공연에서 지향되며 활용될 수 있는 구조라 하겠다.


셋째, 협력예술가지향구조

       이는 다양한 참여연극, 토론연극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라 하겠다. 그야말로 연극으로의 초대는 드라마전문가들에 의해서 환경조성이 되지만, 실제 연극에서의 최종적 맥락, 결말 등은 현장에 있는 이끔이와 참여자들이 모두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때에도 이끔이들은 맥락을 진전시키고, 결말을 향해가기 위해서 촉매자로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은 그야말로 촉매자로서 맥락과 결말이 구체적으로 참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 총체적으로 정리해보면, 이제는 '교육연극'에서 '교육'의 영역이 제한적인 교실이나 학교, 학생, 수업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 영역은 계속 확장, 심화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섬세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극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공동체 연극


2019년 현재~, 본 연구자는 10여년이상 연극단체 및 교육연극 전공자로 활동을 해 온 5명과 힘을 합쳐 '협동조합'을 준비중에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지속적인 문화예술 기반 일거리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출발하고 있다. 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을까?

본 연구자를 비롯한 총 6명의 연극예술인들은 본질적으로 '연극이 우리사회에 왜 필요한 것인가', '연극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맺어야 하는가', '어떻게 연극이 우리의 삶에 보다 구체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진정 연극을 통해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까' 등의 고민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세상에서 요구되는 인간상의 덕목을 획득해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예술을 경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고도로 디지털과 미디어가 발전해가고 있는 세상에서 오히려 더 예술을 통한 경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왜?

인간은 정말 논리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으로 도출되고 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그동안 인간들에 의해서 발전되어온 이성과 논리가 정말 이 세상을 평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왜 세상은 기술적으로 진보되면 진보될 수록 관계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러한 관계와 갈등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있는 것일까?

그 많은 자기계발서들, 관계해결, 갈등해결서적들, 심리, 상담, 힐링 센터들이 즐비해지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본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연극을 통한 접근 또한 그 여러가지의 대안과 접근 중에 하나에 불과한 것일까?


그러나 나의 경험에 질문해 본다. 왜 나는 연극을 하는가? 연극을 통해서 정말 짜릿한 감흥을 받은 기억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기억들은 현재의 나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나의 연극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쯤이었던 것 같다. 전주에 몸이 아파 한주쉬고 교회 유년주일학교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주가 종려주일(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한 것을 기념하는) 이었던 것같다. 특별한 주일이기에 성경공부는 없고 특별공연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공연에 몸이 아파 쉰 나를 제외한 우리반 친구들이 모두 그 공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예배당에 앉아있는데 뒷문이 열리며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내 친구들이 희한한 거적대기 같은 것을 걸치고 손에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내 앞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이 말이다. 그 순간, 그 허름한 예배당은 마치 환상의 어떤 공간처럼 강렬하게 내게 다가왔다. 그 곳은 정말 어쩌면 예수님이 나귀타고 올라가신 그 예루살렘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나 강렬한 질투심이 나를 휘감았다. 왜 내가 저곳에 있지않고 이곳에 앉아 저들을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도 생생히 남아있다.

이때의 감흥이 내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인과적으로 논증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 어떠한 환상의 공간속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어쩌면 지금의 나의 여정을 이끌어온 것은 아닐까? 또한 더 나아가서는 나 혼자만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열망을 품고사는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길이 어쩌면 예술을 통한 연극을 통한 길이 아닐까 라는 막연하지만 매우 본능적인 열망이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진정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완벽한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일까? 아니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나이며, 우리이며, 우리마을, 우리모임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하고 싶은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섬세하게 느끼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서로 배려하고, 깨달아서 우리가 서로 아름다운 존재임을 함께 공유해 나가기를 원한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말, 움직임, 소리, 공간, 리듬, 갈등, 빛, 이미지 등의 여러가지 요소들을 통해 표현되며, 행위하는자(배우)와 바라보며 반응하는자(관객)이 서로 관계하며 완성할 수 밖에 없는 예술인 것이다. 결코 누구 하나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목적일 수 없다. 누구의 주장이 전체의 메시지가 되기 위해서는 연극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는 현장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한다. 그것이 연극이다. 연극은 공동체예술이어야 하고, 공동체예술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러한 관심 속에서 대두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씨어터(Community Theatre)이다.


이 커뮤니티 씨어터에 관해 이제부터 보다 본격적으로 질문하고, 탐구하고, 실천해나갈 생각이다.


이러한 실천과 탐구를 해나가자고 할 때, 연극계의 선생님이신 이미원 선생님이 출간하신 '커뮤니티 연극'(연극과 인간, 2019)은 좋은 이정표가 되었다. 은퇴를 거의 앞두시고 가신 안식년 기간에 시카고의 아카데미 극단들을 취재하고 자료를 엮어, 기본적인 커뮤니티 개념의 정리와 함께 발표하신 선생님께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지. 어른이란 이런 것이지. 후학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발걸음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나도 그래야지 라고 다짐해본다.

그동안은 나름대로 토종 1세대라는 명분을 가지고, 개인적인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오히려 이제부터는 공동체의 삶을 만들어가는 연극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함께, 같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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