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었구나. 그래 너.
나를 계속 두렵게 한 너.
모기가 윙
바퀴벌레가 사사삭
쥐가 서걱서걱
죽음이 진득하게 온몸에 들러붙는 느낌
검은 악취가 폐속까지 가득차
그러나 나는 그들을 죽일 수 없어.
죽임이 죽음의 그림자로
평생 들러부터 도망자처럼 떨어야할까봐
나만의 리듬으로 자유롭게 살고자할 때도
저들이 날고 기고 올라오면
숨이 멎고 죽음이 사방을 둘러 내 목을 죄어와
그러나 내가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을
목숨을 던질만큼 춥고 배고프다는 것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해
사람들은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고
뺨을 갈겨도 무심하게 손을 털고 지나가
온몸을 웅크리고
짐승같이 울며
살려달라고 빌어보지만
죽음은 그 얼굴을 비켜 서있어.
눈을 감고 도망칠수록
귓 속으로 모기가
입 속으로 바퀴벌레가
가랭이 사이로 쥐가 파고들어
이렇게 생을 겁탈당할 수는 없어.
이렇게 수치스럽게 살다갈 수는 없어.
나만의 리듬과 향을 잃고
밟고 일어섰던 질서 밑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
그 발꿈치를 핥고 있었어.
왜? 죽음이 두려워서 살고 있지 못한거야?
이미 죽어있는 사람들을 계속 원망할거야?
나는 결연한 무릎을 축으로 일어나 발꿈치에서 혀를 때.
눈가에 들러붙은 짠 눈물을 닦아.
고개를 들고 꼿꼿이 일어나.
강아지 털같이 보드랍고 순결한 소리가 혀를 동그랗게 통과해 울리고
구름 둥둥 발꿈치를 들고 고구마 줄기같은 붉은 발꼬락을 땅에 박고
이야기를 시작해.
혼돈 속에서도 질서에 영혼을 팔지 않고
자신만의 물고기를 상상할 수 있었던 소녀의 이야기를.
그렇게 죽음은 소녀를 바람처럼 스쳐지나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