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오늘도 일찍 깼다.
해야 할 일은 없었지만, 몸은 여전히 전투태세였다.
가슴은 조용한데, 등과 어깨는 마치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조였다.
전화를 받을 일도 없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데도,
어딘가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쉬면, 무언가를 놓칠 것 같아.’
그건 정말 오래된 습관이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싸우지 않아도 돼.”
누가 그런 말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설명하지 않아도, 정당화하지 않아도,
그냥 그저 그런 사람으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전투가 끝났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몸이었다.
예전처럼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지 않았고,
입안이 바싹 마르지도 않았다.
잠깐, 진짜로 아주 잠깐,
그녀는 ‘멈추어도 괜찮다’는 감각에 닿을 뻔했다.
그러다 드라마 속 미래를 보고 울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런데, 확실하게.
무언가가 무너진 것도 아니고,
무언가가 회복된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누군가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날 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중얼거렸다.
“이제는 싸우지 않아도 돼.”
그 말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