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을 찾아
작년, 나는 일반 교회로 옮겨 조용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때도 하나님은 살아 계셨고,
낯설고 처음 가보는 이 교회에서도 내가 처음 만났던 그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 계셨다.
나는 커피를 끊었다.
매일 무리하지 않게 걷기를 나갔다.
밤 12시에서 1시 사이에 잠들고, 9시 전에 일어났다.
아침에는 성경을 읽고 밥을 먹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조금 하다가 쉬고,
다시 조금 하고 또 쉬었다.
저녁이 되면 씻고, 청소하고,
하루를 정리한 뒤 잠들었다.
약도 꼬박꼬박 먹었고 침도 맞으러 다녔다.
조금 힘이 생기고 살 만해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공황이나 전신 힘 빠짐,
브레인 포그가 찾아와 며칠을 앓아눕기도 했다.
그래도 독립한 몸이라 다시 일어나 집안일을 하고 집을 가꾸며 버텼다.
이명은 소리를 바꿔가며 나를 괴롭힌다.
어떤 날은 익숙한 친구처럼 흘려보내고,
어떤 날은 오늘 처음 만난 도둑처럼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공황 발작은 거의 없지만
예기불안은 여전히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닌다.
그래도 버스를 아직 잘 타지 못하는 것만 빼면
일상에서의 공황 증상은 많이 사라졌다.
그 이후로는 한약도 줄여가며
증상에 맞춰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아직 무리한 일은 하지 못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작업들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또 2년이 흘렀다.
삶이라는 나무에 꼭 붙어
연약한 다리로 떨어질까 봐
무섭도록 매달려 있는 기분이다.
이 지겨운 상태로 평생 살아가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 어떤 날은 조금 망가졌지만 이 정도 증상이라면 잘 다스리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미한 소망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미래도 과거도 오래 붙잡지 않는다.
그저 오늘만 잘 지내자는 것이
나의 인생관이 되었다.
문득 병들기 전의 나를 떠올려 보았다.
늘 허무했고,
원하는 것을 가져도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 생각하며 공허했다.
‘언젠가는 잘 되겠지’라는 말로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를 밀어내듯 살았다.
나는 늘 미래에 가 있었고
현재에는 없었다.
그래서 늘 공허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감사한 것 네 가지.
밥을 맛있게 먹은 것,
산책한 것,
날씨가 좋았던 것,
가족들이 무탈한 것.
왜 이런 걸 써야 하는지 모르면서도
그냥 써 내려갔다. 1년이 조금 넘었을 무렵,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예기불안이 찾아왔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 걸었다. 늘 하던 청소를 하고, 하루 일과를 무리 없이 이어갔다.
그리고 좋아하는 간식이나 조금 특별한 음식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까까지 붙들고 있던 고민이 사라져 있었다.
일상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이렇게 감사한 것이었구나.
예전에는 고민 하나에 하루를 통째로 잃고
밥도 못 먹었는데, 이제는 내 일상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조금 변해 있었다.
나는 이제 오늘을 살고 있었다.
그 사실이 고마웠고, 스스로가 대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