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소리

by 시온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공황장애는 약을 먹어야 낫는다고.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그래서 병원에 갔다.

첫 번째 약의 부작용을 겪고, 다시 다른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또 한 번 공황 발작이 왔을 때, 나는 새로 지은 약을 먹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약은 생각보다 빨리 반응했다.

30분쯤 지나자 심장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사지를 붙잡고 누르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무겁고,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아주 작은 소리, 사소한 자극에도 숨이 끊어질 것 같고, 미쳐버릴 것처럼 정신이 과도하게 각성되는 느낌. 눈을 뜬 채로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한 시간쯤 지나자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설사는 다섯 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다.

그날은 하필 일요일 저녁이었다. 병원에 문의할 수도 없었고, 응급실에 가도 할 수 있는 건 위세척을 하거나 약효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나는 산 송장처럼 가슴을 붙잡은 채,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제발, 누가 좀 나를 여기서 꺼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다섯 시간이 지나서야 설사가 겨우 멎었다. 급작스러운 공황 발작과 탈수를 동시에 겪은 나는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어버렸다.


다음 날, 전날 아무것도 먹지 못한 몸으로 겨우 일어나 하얀 죽을 입에 넣었다.

엄마는 무슨 일이냐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죽그릇을 내밀었다. 그 순간, 몇 년 치 밀린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지듯 울음이 쏟아졌다.


“이제 그냥 다 그만하고 싶어… 뭐든지…”


다 큰 딸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며 엄마의 마음도 함께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의미도 없는 말들을 섞어가며 한참을 울었다.


그 후로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전신에 쇠약감과 무기력함이 깔렸고, 매일 새벽 두세 시만 되면 공황 발작으로 깨어났다. 그럴 때마다 죽이나 바나나를 조금 먹고, 테아닌 영양제를 삼킨 뒤에야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


성경에 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하나님에게 의롭다 칭찬받던 사람. 부자였고, 베풀 줄 알았고, 모두에게 존경받던 사람. 사단은 하나님께 묻는다.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도 여전히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을지. 하나님은 단, 목숨만은 건드리지 말라는 조건으로 그것을 허락한다.

욥은 재산을 잃고, 자식을 잃고, 끝내 온몸에 종기가 나 친구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는 땅에 앉아 깨진 기왓장으로 자신의 몸을 긁었다.

그런 욥도 속으로 물었을 거다. 왜입니까? 하고. 이유를 알려달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아버지와의 관계, 직장 내 따돌림, 공황장애, 그리고 치료를 위해 먹은 약의 부작용까지. 여기서 멈춰도 되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고난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 새벽, 또다시 공황으로 깨어나 죽을 조금 먹고 겨우 진정이 되었다. 이제 다시 잠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베개에 기대 눕는 순간—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찌지직’, ‘찌이잉’.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밖으로 나가봤지만 세상은 고요했다.

그때부터 온몸이 뜨거워지고 긴장이 몰려왔다. 매미 수십 마리가 동시에 우는 것 같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내 귓속에서 멈추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그렇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그 소리는 여전히 귓속에서 들렸다.


-**-


이명은 예전에도 가끔 있었다.

아주 피곤할 때면,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잠깐 들리다 사라지는 소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하루 종일, 멈추지 않고 귀 안에서 울렸다. 머리는 점점 갑갑해졌고, 매일이 지옥 같았다.

공황장애 약 부작용으로 인한 전신 쇠약감 때문에 밖에 나가 걷는 일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그래도 참고 일주일을 더 버텼다. 조금이라도 먹고, 아주 조금 힘이 생겼다고 느꼈을 때 병원을 찾았다.

동네에서는 꽤 크다고 하는 병원이었다.

귀 내시경을 했고, 고글을 쓰고 이석이 빠진 건 아닌지 검사했다. 이관에 문제가 있는지 압력 테스트도 했고, 난청 검사까지 모두 했다.

검사가 끝난 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경성입니다.”


그 말은 이상하게도, 세상에서 가장 나를 무너지게 하는 말이었다.


“그럼… 어떻게 치료하나요?”

“혈액순환제나 신경안정제를 드릴게요.”

“제가… 정신과 약물에 부작용이 있어서요.”


의사는 잠시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럼 신경과나 다른 병원을 가보세요. 저희는 해드릴 게 없습니다.”


병원을 나서며 허무감이 밀려왔다.

분명 나는 어딘가 아픈데, 모든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는 상태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공황장애와 이명을 함께 가진 나를, 신은 왜 맡겨두신 걸까. 이 병든 몸과 마음을 데리고, 이제 어떻게 살아가라는 걸까.

왜.

도대체 왜.


허공을 향해 질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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