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인쇄했고 유통 계약도 완료했으면, 이제는 책을 소중히 포장해서 업체에 전달해야 한다. 내가 보낼 업체는 총 3군데였다. 북페어, 유통 플랫폼, 입고 서점이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랩핑이 뭔지 잘 몰랐다. 대형서점에 가거나 독립서점에 갔을 때 샘플 책을 제외하고 모든 책이 포장되어 있던 사실이 머리에 스쳤다. 책의 훼손을 막기 위해 꼼꼼하게 포장하는 것, 그게 랩핑이다. 랩핑은 유통 플랫폼 입점 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알게 됐다. 공급률을 조정해서 랩핑을 대행해준다는 옵션이었다. 알다시피 소자본 독립출판을 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내가 해서 비용을 절감해야 했다. 그리고 셀프 랩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드 커버가 아니었던 내 책은 모서리가 구겨지기 쉽다. 내지를 두껍게 했어도 그림책이라 페이지 수가 적었다. 얇다 보니 훼손에 조금 취약한 것이다. 그리고 무광코팅을 선택해서 깔끔한 느낌을 얻었지만, 스크래치가 잘 생겼다. 인쇄 후 배송받은 책에 스크래치가 종종 나있어서 속이 상하곤 했다.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한 랩핑이 필요했다.
우선 책 크기보다 조금 더 큰 OPP 포장용 비닐봉투를 샀다. 양면테이프가 부착된 형태였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나는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매번 구입하던 포장지 가게에서 직접 구입했다. 동대문 종합시장 1층에 몇 곳이 있는데, 그 집은 조금 도톰한 재질이라 좋아한다. 물론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이 조금 더 저렴할 것 같다. 동대문 종합시장을 갈 일이 있으시다면 1층을 둘러보시길 바란다.
온라인 플랫폼을 제외한 두 입점처에는 리본 포장을 추가했다. 비닐봉투에 넣기 전에 선물용 포장으로 리본을 묶었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리본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전체 진한 녹색의 그림책을 선물로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손이 두배는 더 갔지만, 예쁘면 됐다. 언니의 도움을 받아 리본으로 전부 포장했다.
다음으로 비닐에 넣고 접착 부분을 떼어 붙인다. 이대로 붙이면 모서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책 사이즈에 딱 맞게 여유분은 모두 테이프로 붙여준다. 이때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 공기를 잘 빼줘야 한다. 비닐이 책에 밀착되면 기분도 상쾌해진다. 포장을 하다 보면 몸은 고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모든 과정을 끝내면 랩핑이 끝난 거다. 배송상자에 담을 때는 일명 뽁뽁이로 모서리를 잘 감싸서 최대한 상자 안에서 흔들리지 않게 고정해야 한다. 배송 중에는 불가피한 상황이 많이 일어남으로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최대한 꼼꼼하게 신경 써줘야 한다. 이젠 배송만 보내면 된다. 다 끝났다.
랩핑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감사한 마음과 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내 책을 믿고 구입해준 고마운 분들에게 풍요와 하리의 행운이 전해지길 바란다. 두 자매의 에피소드를 담은 작은 그림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그리고 이 작은 그림책을 보고 '나도 책 내도 되겠는데?' 하며 용기를 얻길 기도한다. 다음에는 보도자료 작성에 관한 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미리보기를 위해 보도자료를 아래 링크에 걸어두었다. 참조하시길 바란다.
http://www.socialvalue.kr/news/articleView.html?idxno=602456
[허상범 기자, 소셜밸류, 2020년 12월 15일]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