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반려고양이(반달이)
안녕하세요. 풍요하리입니다.
오늘은 공방에 비치는 햇빛이 적어서 내부 조명을 켰어요. 주로 손님이 올 때만 켜고 저희끼리 있을 때는 꺼 놓아요. 오늘 은은하게 조명을 켜놓으니 펠트 아플리케 작품(쥐 모양 캐릭터, 하리)도 '반짝'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네요. 공방에 직접 오시는 분들은 한 번씩 꼭 만들어보고 싶다고 해요.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공방에 옹기종기 모여서 하리 수틀 액자 만들기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브런치를 운영한지가 벌써 1년 차가 되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적을지 몰라 어리바리했는데 이제는 조금 심도 있는 내용으로 독자님들을 찾아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풍요하리는 작은 공방이지만, 벌써 60여 가지의 펠트, 퀼트 작품이 탄생했어요. 다양한 것들을 보고 머릿속에서 디자인한 뒤 작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지난하지만 저희만의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근래에는 야심 차게 준비한 프레임 백이 난항에 부딪혀 다시 만들게 되었어요. 이럴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길을 잃거나 무언가를 다시 해야 했을 때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대안을 의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2인 공방은 정말 둘이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답니다. 당근은 입에 물고 한 손으로는 채찍을 들어야 하는 우수꽝스러운 모습이지만 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견뎌내야 하더라고요.
프레임 백은 다시 디자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좌절은 어제까지만, 도안 제작부터 새로 시작하려고 해요. 시간은 더 소요될지라도 프레임 백을 정! 복! 하겠습니다.
저희 공방 작품들은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풍요와 하리 자매이기에 고양이 작품이 가장 많아요. 가방, 지갑, 파우치, 마우스패드까지 다양한 고양이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중 만드는 분들도 즐겁게 만들고 저희도 아주 좋아하는 반달이 아이템을 예로 들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사진 속에 보이는 작품은 마우스패드입니다. 뒷면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서, 펠트가 테이블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반달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달 입 부분이 아플리케로 바느질되어 있어요. 하단 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마우스를 움직일 때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이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요?
바로 반달이 이 녀석이 뮤즈가 되었습니다. 길냥이였던 반달이는 첫 모습부터 남달랐어요. 까만 턱시도 고양이, 심지어 눈썹마저 검정이라 입 주변이 더 튀어 보였지요. 반달 모양이 선명해서 이름도 반달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반달이와 함께했다고 바로 바느질 소품을 만들수는 없었어요. 대신, 그림이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식으로요.
위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렸어요. 반달이가 흰 부분은 정말 하얀데, 나머지는 완전히 블랙이거든요. 흑/백만 사용해도 반달이를 표현하기에 참 충분했답니다.
참 어지간히(?) 다양하게도 많이 그렸네요. 그만큼 저희 자매가 반달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달이가 눈썹에 흰 털이 없고 약간 맹한 매력이 있어서, 그림에도 그런 부분을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반달이를 탐구하다 보니 수많은 반달이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 중에 하나가 작품의 기본 도안이 되었습니다.
혹시 어떤 그림이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는지 찾으셨나요?
바로 이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다양한 고양이 시리즈를 캐릭터식으로 그려보다가 만들어진 그림입니다. 그림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데, 라인과 형태가 균형 있게 잘 그려졌어요. 그리고 단면화되어 있기 때문에 패브릭에 옮겼을 때 가장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펠트는 단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펠트만 사용하면 조금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귀는 천으로 아플리케를 했고, 목 부분은 반달이의 흰 가슴 부위를 폼폼 리본으로 장식했습니다. 카라 장식 덕분에 조금 더 영한 느낌의 반달이가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하리는 풍요의 그림을 기가 막히게 실물로 옮겨 놓습니다.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감성적일까요. 붓 대신 바늘로 물감 대신 실로 채색을 하는 느낌이 바느질의 멋진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자 반달이의 모습을 가져와봤습니다. 성묘가 다 된 그녀이지만, 여전히 맹한 얼굴은 그대로입니다. 물론 어둠 속에서 그녀를 마주한다면, 예쁩니다. 고양이는 어두운 곳에서 볼수록 더 예뻐 보인답니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타인이 더 멋져(예뻐)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일까요. 그녀는 여전히 풍요하리의 뮤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들고 와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작품으로 만들었던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글을 쓰는 저 또한, 일상 속 이야기를 들고 와서 글로 풀어내고 있지요. 앞으로 일상의 어떤 순간도 소중히, 그리고 자세히 보는 습관을 더욱 길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