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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Jan 30.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도감 - 3

펠트로 만든 하얀 곰 인형 및 파우치

[두 자매가 함께하는 바느질공방 '풍요하리'의 바느질 작품썰 시리즈입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


바느질과 그림, 글쓰기에 있어서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단어다. 한동안 찾지 않던 브런치에 글을 다시 연재하면서 예전처럼 글을 다시 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던 것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이 글이 술술 써졌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내공을 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소개할 풍요하리 도감 세 번째 작품도 그러하다. 언니가 외부 수업으로 의뢰받은 두 개의 작품 외에 스스로의 창작욕구를 담아 만든 작품. 피규어를 모을 때도 항상 세트, 시리즈를 고집하더니 자신의 작품에도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펠트 작품이 바로 이 [하얀 곰 인형 및 파우치]다. 




 번째로 소개한 바늘집과 같은 캐릭터이다. 그림책을 모티프로 제작되었고 얼굴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작품은 초창기 작품답게 창작한 과정이 눈에 보인다. 첫 번째 만들었던 원숭이 인형 및 파우치와 바늘집에 수놓아진 하얀 곰을 합쳐 만든 디자인! 대신 원숭이보다 더욱 극강의 디테일이 추가되었다.(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곰은 딱 봐도 원숭이보다 디테일이 추가 됐다. 귀는 작아졌고 눈을 반짝이는 오닉스 원석은 커졌다. 거기에 뺨을 촘촘하게 수놓고 있는 주근깨가 인상적이다. 프렌치 너트 스티치를 딱 달라붙게 아주 잘 수놓았다. 이 하얀 곰은 원숭이 때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 보완한 것이 분명한 게, 윗도리가 펠트가 아닌 퀼트 천이다. 앞 뒷면 모두 노란색의 아기자기한 무늬가 그려진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다. 청치마의 디테일도 사뭇 다르다. 꽃과 이파리를 멜빵 옷 밑단에 추가해서 화려함이 더해졌다. 꽃과 하트 모티브를 잘 유지하기 위해 버튼홀 스티치로 꼼꼼하게 박혀 있다. 부드러운 울펠트의 색과 거의 동일한 실을 사용하여 바늘 땀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참고로, 펠트의 경우 바늘 땀을 일정하고 예쁘게 놓는 것이 기술의 차이인데 이점을 보완하기에는 튀지 않는 색 실을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는 지금 우리 공방에서 초보자들을 위해 꼭 지키고 있는 약속 같은 것이다. 


이 하얀 곰에서 가장 킬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목에 둘러진 빨간 리본과 손목 리본. 모두 수공이 들어가 있다. 리본도 기성 리본 단추가 아닌 펠트로 만든 뒤 진주색 시드 비즈로 도트 무늬를 만들어주었고 그것을 별도로 곰의 목에 둘렀다. 해체가 가능하여 입고 벗기는 재미를 주었다. 손목의 리본은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르겠는 얇디얇은 폭의 갈색 리본을 사용하였고 리본을 묶은 뒤 금색 비즈를 그 위에 달아주었다. 자칫하면 곰의 아이보리색 손과 연노랑의 옷이 구분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이로 인해 엘레강스한 옷의 자태를 구현해 냈다. 


이 곰은 그림책 속 설정에서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리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뒷면 지퍼 고리에 크레파스 단추가 매달려있다. 언니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패브릭으로 되어 있는 윗옷과 멜빵의 모서리 부분이 너풀너풀 실이 풀려 있는데 이 모습마저 멋스럽게 하얀 곰과 잘 어울린다. 손으로 만든 작품은 처음 만들었을 때의 빳빳함도 좋지만, 오랜 시간 지날수록 손 때 타가면서 드러나는 빈티지함이 참 인상적인 것 같다. 곰의 손과 발에 조금씩 타있는 때조차도 이 인형이 우리 곁을 오래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앞으로도 쭉 함께 가겠지 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공방을 둘러싼 모든 사물이 익숙해지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 이 시기에 언니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을 딛고 반등하며 지금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위 사진은 오늘 공방에서 하리의 가방과 함께 찍었다. 우리 자매의 작품들은 서로가 모두 닮아 있다. 멀리 떨어져 살아도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가족들처럼 작품끼리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가고 있다. 6년 전 작품과 2년 전 작품을 함께 두어도 어색하지 않은 것과 같이 앞으로 다른 작품들을 소개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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