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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Jan 31. 2023

풍요하리 바느질도감 - 4

펠트로 만든 크레파스 목걸이 카드지갑

[두 자매가 함께하는 바느질공방 '풍요하리'의 바느질 작품썰 시리즈입니다.]

 

사각사각 가위질을 성실하게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색깔별로 예쁜 펠트 원단들이 탑을 이룬다. 두께감이 있어 수직으로 가위질을 하지 않으면 모양이 어슷하게 잘려나간다. 펠트원단의 특성상 가위질은 생명이다. 조만간 만날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예쁘게 신경 써서 가위질을 해야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풍요하리 최초의 바느질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언니 하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첫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자신의 창작 작업에 대해 자신감이 더욱 붙었다고 한다. 그 이후 디테일이 아주 많았던 성인 작품들을 뒤로하고 어린이를 위한 펠트 작품을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펠트 바느질 수업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인 만큼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림책 주인공을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을 하였다. 수업 시간 전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낭독 시간을 가진 후 그 주인공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그림책 주인공 후보들이 있었지만, 왠지 정감 가고 실용성을 더해 디자인할 수 있는 주인공인 [크레파스 친구들]이 선정되었다.




이 친구들은 색이 다섯 가지나 된다. 지금 제작한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수의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 같지만, 이때의 하리는 열정이 가득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색의 크레파스 친구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살색 몸은 도톰하고 견고한 펠트를 선택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이고, 포인트 부분은 얇고 단단한 소재의 펠트를 사용했다. 이는 바느질에 서툰 아이들이 조금 더 편하게 바느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친구들의 귀여운 점은 움직이는 눈알이 부착되어 있고 자유롭게 살랑살랑 움직이는 팔, 다리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팔과 다리는 밑작업을 진행하였다. 참고로 동그란 손과 발을 하나당 네 개씩 재단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대신 아이들은 내가 만드는 그림책 속 주인공이 조금 더 리얼하기 때문에 좋아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삐뚤빼뚤하지만 아이들은 바느질을 참 잘한다. 

못 할 것 같다고 뒤로 물러서거나, 내 작품이 별로라고 내던지지도 않는다. 자신이 한 작업에 대해 만족할 줄 알고 소중히 대할 줄 안다는 점이 놀라웠다. 어른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완벽함에 치중되어 시간 내에 바느질을 다 하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완성을 미쳐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건 바느질이 익숙한 내게도 종종 찾아오는 마음의 저항감인데, 나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사람은 '나'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뿌듯해하며 당당하게 사진을 찍으며 웃는 천진난만함이 참 좋다. 맑고 생동감 넘친다. 그 덕분에 우리 자매는 아이들과의 수업을 오랜 기간 지속해 왔다. 


처음 하는 바느질이라 어려울법한데도 늘 열심히 따라와 주는 어린이 수강생들 덕분에 이후 풍요하리는 지속적으로 어린이 바느질 패키지를 제작해 왔다. 앞으로 바느질 도감에 종종 등장할 어린이용 작품들도 모두 이 초심을 잊지 않고 완성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만들 예정이다. 이제는 조금 더 자랐을 아이들이 풍요하리 작품들과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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